구림 통안마을 ‘따뜻한 겨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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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 통안마을 ‘따뜻한 겨울 이야기’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1.1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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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위해 만든 집…어느새 마을 경로당

▲구림 통안마을 농촌고령자 공동생활홈에서 만난 어르신들. 이곳 어르신들은 거의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낸다. 외로울 틈 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새집이 가져다준 행복…웃음 늘고 걱정 줄어
식사부터 잠자리까지…식사량 늘고 건강해져

군내 경로당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붐빈다. 이듬해 농번기가 시작되기까지 주민들은 이곳에서 이웃과 함께 음식을 해먹고 낮잠도 자며 하루를 지낸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은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다.
구림 통안마을에는 마을회관은 아니지만 마을회관 같은 곳이 있다. 독거노인들을 위해 마련된 생활공간인데 최근에 지어진 널찍한 건물에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할머니들이 가득한 마을회관이 됐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기거하는 독거노인을 식사부터 잠자리까지 살뜰히 챙기며 말벗이 되곤 한다.
지난해 6월, 군내 1호 농촌고령자 공동생활 홈이 통안마을에 생겼다. 마을 내 거동이 불편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독거노인들이 모여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당초 이곳은 마을 놀이터와 공터가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점점 줄어들어 그 기능을 잃게 되자 건물을 짓고 체육시설을 만들었다. 집 앞에는 널찍한 농구장 겸 마당이 있고 남향이고 전경이 매우 좋다.


▲구림 통안마을 독거노인들을 위한 군내 1호 농촌고령자 공동생활 홈 전경.

이곳에 거주하는 통안마을 독거노인은 70대부터 90대까지 모두 6명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 잠을 자는 인원은 10명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저녁까지 있다가 집에 가기 싫으면 따뜻한 이곳에서 자는 것이다. 이곳에는 보통 20명 이상, 많게는 35명까지 모인다. 모두 할머니들이다. 할아버지들은 기존의 마을회관에 모이거나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공동생활 홈이 생긴 뒤 통안마을에는 자연스럽게 남녀 경로당이 나뉘게 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식사와 청소, 빨래 등을 할 때 도움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마을 주민들이 해주고 있다. 집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냉장고를 채우고 경로당 부식비로 쌀을 사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며 저녁식사도 챙겨주기 때문에 독거노인이지만 외로울 틈이 없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거주하는 노인 몇 명은 자리에 없었다. 김복기(70ㆍ구림 통안)씨는 “병원 갔는데 동네 청년들이 차로 읍까지 모시고 갔다 오곤 한다. 버스 타려면 차비도 비싸고 팔덕으로 돌아가니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불편하고 차편도 적다. 그런데 청년들이 이렇게 해주니 고맙다. 이런 동네도 드물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날 음식준비는 젊은(?) 박복례(75)씨와 권순옥(70)씨가 했다. 식사당번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주로 젊은 아주머니가 준비한다. 박 씨는 “여기 들어오면 무조건 밥 한 끼는 같이 먹어야 나갈 수 있어”라며 동태국을 한 그릇 권했다. 통안마을 주민들은 매년 100 포기씩 마을회관에서 먹을 김장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배추가 실하지 않아 마을 김장은 하지 않고 각자 집에서 김장을 조금씩 더해서 한 통씩 가져와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그래서 조금씩 맛이 다르다.


공동생활 홈이 생긴 뒤 통안마을은 활기가 더 생겼다. 단열이 잘된 따뜻한 새집이다 보니 주민들이 한 번이라도 더 찾게 됐다. 그러다보니 할 얘기도 많아지고 웃음이 많아졌다. 밥도 혼자 먹을 때보다 여럿이 먹을 때가 더 맛있는 법. 김 씨는 “집에서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여기서는 너무 먹어 큰일이다. 그래도 잘 먹으니 건강을 유지하고 활기도 띤다. 1년 살 것 2년 살고 2년 살 것 3년 살게 되니 장수하는 것 아닌가. 이 집이 생긴 뒤 다들 살이 찌고 있다”며 웃었다. 이옥분(84)씨는 “새집이 좋긴 좋다. 새집을 짓고 나서 군수나 군청 직원들이 수시로 와서 방은 따뜻한지 확인하고 간다. 이런 좋은 집을 만들어줘 마을주민 모두가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20킬로그램(kg) 쌀 한포대가 5일이면 없어진다. 박 씨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누가 쌀 좀 지원해주면 좋겠다. 다들 밥을 대접으로 먹는 것 같다”며 쌀값 지출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공동생활 홈은 통안마을 주민들이 이웃에 대한 관심을 더 갖는 계기도 됐다. 매일 오던 누군가가 안 나오면 전화를 걸거나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마을회관에 드나들 일이 적을 때는 하루 이틀 정도 안보여도 그러려니 했었다. 독거노인이 모여 지낼 공간을 마련한 것이 이런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적게는 50년, 많게는 70년 넘도록 한 동네에서 지내온 관계가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겪으며 살아와서 마을 사람의 인생을 다 알고 있다. 서로의 삶과 사고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얘기를 해도 다 이해해주는 것이 통안마을 주민들의 관계”라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주민들의 두터운 손은 산간지역에서 밭을 일구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흔적이다. 통안마을 농촌고령자 공동생활 홈은 매우 따뜻했다. 난방 때문이 아니고 이웃의 정이 훈훈했기 때문이다. 통안마을 주민들의 올 겨울은 새집과 함께여서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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