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처럼’ 실버드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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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님처럼’ 실버드림잔치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5.18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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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명 어르신 사진촬영 … 문화공연까지 ‘얼쑤’

▲지난 17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실버드림잔치에는 300여명이 나와 성황을 이뤘다.

미용사 분장 봉사, 공연 즐기며 스트레스 풀어

영정사진을 찍기 전 한 할머니의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사는 노인이 지루할까봐 말을 건다. 사진을 찍으러 온 노인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일을 마친 뒤 사진촬영이 거의 끝날 무렵에 왔다. 드라이기로 찬바람을 불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던 미용사는 “돌아가시고 나면 자식들이 볼 사진이잖아요. 자식들이 말 잘 듣고 효도했으면 웃으면서 찍고 안 듣고 속 썩였으면 눈 찡그리고 카메라 째려봐요”라고 익살스럽게 말을 걸었다. 노인들은 “증명사진 찍을 때는 무신경해도 영정사진 찍을 때는 여러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해학이 담긴 미용사의 말은 노인들에게 한번쯤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를 던진 것 같다.

▲영정사진 촬영에서는 온화한 모습이 나오도록 표정을 교정해준다.

순창읍 실내체육관에서 지난 17일 실버드림잔치가 열렸다. 순창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순창읍민회가 주최하고 강천적십자봉사회와 순창군미용협회, 순창사진동우회, 전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한 이 행사의 핵심은 장수사진 찍기였다. 그동안 면 지역에서는 여러차례 장수사진 찍기 행사가 열렸지만 순창읍은 드물었다. 강선영 순창읍 맞춤형 복지담당자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을 가면 미리 찍어둔 영정사진이 없어 주민등록증 사진 등을 확대해서 쓰는 것을 몇 번 봤다. 그래서 장수사진을 찍어드리자고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장수사진 촬영은 순창읍에서 8년 만에 진행하는 행사다.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해 순창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행사를 준비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순창읍민회가 함께 하기로 했다. 순창읍민회도 올해 이와 비슷한 주민들을 위한 행사를 계획했었다고. 두 단체는 서로 계획한 행사 취지가 비슷해 하나로 묶어 추진했다. 그 결과 내용이 더 풍성해졌다는 것이 순창읍 직원의 설명이다.

 ▲구수한 만담과 노래실력이 일품인 예술단원.

실버드림잔치에서는 장수사진 촬영을 비롯해 문화공연이 진행됐다. 사진촬영을 돕기 위해 군내 미용사들로 구성된 미용협회 회원들이 잠시 가게 문을 닫고 나와 봉사했다. 자현미용실 유현희(44) 씨는 “커트 봉사는 몇 번 했어도 장수사진 봉사는 별로 안했다. 아침 8시에 나왔는데 이미 어르신이 10여분이나 와서 앉아계셨다. 많이 나오셔서 다행”이라며 정성껏 노인들의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해줬다.

▲머리하고 화장도 하니 예정에 없던 약속도 만들 듯 하다.
▲일하고 오느라 마음이 급했던 노인의 머리를 미용사가 정성껏 손질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서 인화하는 일은 사진동우회원들이 맡았다. 천을 배경으로 놓고 표정을 잡아가며 셔터를 몇 번 누르니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사진이 나왔다. 출력된 사진은 자택으로 보낼 예정이다. 앞서 주최 측은 읍내 이장들의 협조를 얻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영정사진을 찍지 않은 사람들을 추천받았다. 자주 있는 행사가 아니기에 진행요원들은 대상자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며 사진촬영을 권했다. 사진을 찍으러 온 한 노인은 실버댄스공연을 앞두고 공연화장을 마친 뒤 무대의상에 저고리만 입고 왔다. 자녀들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에 감탄한 진행자들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진을 찍은 노인들은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 공연을 즐겼다. 개회식 전에는 순창읍 노인복지회관 배움교실에서 연습해온 두드림 난타 공연단과 장수춤 무용단이 공연했다. 전라북도 신나는 예술버스 공연단도 가요와 국악, 가야금병창, 각설이 공연을 하며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노인들에게 유용한 복지제도를 소개하고 혈압과 혈당 점검을 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체육관 현관에서는 노인들이 유의해야 할 질병이나 복지제도에 대해 설명하고자 보건의료원과 주민행복과 직원들이 나와 상담을 했다. 장수사진을 찍고 공연까지 즐긴 홍양구(77ㆍ순창읍 순화) 씨는 “이장이 65세 이상 사진 안 찍은 사람은 오라고 해서 왔다. 영감이 80세인데 잔치도 못하고 사진도 못 찍었는데 마침 둘 다 찍게 돼 다행이다. 일하다 오느라 늦었는데 분장까지 해줘 좋다. 자식보다 낫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장에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약 150명이 영정사진을 찍었다. 진행요원들은 농번기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어서 만족하다고 밝혔다. 천수를 누리다 가는 어르신 빈소에는 이날 찍은 사진이 꽤 많이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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