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역사여행…서울 ‘수요집회’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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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역사여행…서울 ‘수요집회’ 참가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2.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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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도 관람

 

▲1323번째 수요정기집회에 참석한 순창팀이 현수막을 들고 응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21일, 수요일 아침 7시 30분, 청소년 26명과 성인 9명 등 35명이 순창읍 일품공원에 모였다.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35명은 순창 평화의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는 순창 평화의소녀상 제막식때 영상과 성노예 피해 할머니의 인터뷰 영상 등을 보았다.
이종천 위원장(순창평화의소녀상건립 군민추진위원회)은 “이번 1323번째 수요집회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며 “역사의식의 최후의 보루는 여기 깨어있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볼 때마다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다. 안전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11시가 조금 넘어 서울에 도착해 예약해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수요집회 모임장소로 이동했다. 날씨는 따뜻했지만 집회장소는 큰 건물들로 가려져 햇빛이 들지 않아 매우 추웠다. 1992년 1월 8일 첫 집회에 이어 이날 집회는 1323번째 수요집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정대협) 주최로 열리며 매주 주관기관이 달라지는데 이번 집회는 사회적기업인 마리몬드에서 주관했다.
수요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열린다. ‘바위처럼’을 여는 노래로 시작해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의 인사말, 정대협 윤미향 공동대표의 경과보고, 함께하는 나비의 노래(오페라 레미제라블 주제곡-너는 듣고있는가), 참가단체 소개, 참가자 자유발언, 성명서 낭독 순으로 이어졌다. 참가자 자유발언에 강성표(20ㆍ순창고 졸업)씨가 무대에 올라 순창팀을 대표해서 수요집회에 참여한 소감을 발표했다. “이곳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순창에도 작년 12월 28일 평화의소녀상이 세워졌고 순창고등학교에도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이렇게 전국 각 지역에서 함께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시간 가량의 집회를 마치고, 버스로 30분 이동하여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 담당자가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고 성노예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영상을 보여줬다. 젊었을 적 소녀 사진부터 91살 할머니의 사진이 이어져 보이고, 어린 13살 소녀의 마음으로 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는 김정숙 여사가 제17회 세계한민족 여성 네트워크대회에서 이 편지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는 보도를 상기시키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박물관 관람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여러 사람이 소감을 발표했다.
이 모임을 주관한 이신자 관장(순창군청소년수련관)은 “우리 할머니들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고 행동을 하게 될 여러분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미래의 희망이자 현재의 희망인 여러분은 그런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구준회 위원(순창평화의소녀상건립군민추진위)은 “이런 모임들을 할 때 항상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지 생각해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 일을 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품공원 도착 밤 8시 20분. 약 13시간, 즐겁게 또 무겁게 다녀온 역사여행 이였기에 버스 안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즐거웠다.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02-392-5252> :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공간. 계속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며 전쟁과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행동하는 박물관,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39-13, 화요일-토요일 오후 1시-6시, 관람요금 65세 이상ㆍ장애인 1000원, 일반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고향인 북녘땅을 바라보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길원옥 할머니. 한겨레21 사진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나는 내 고향, 평양 집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아 달콤한 냄새, 기분 좋은 바람, 해가 산꼭대기로 넘어가려는데, 머리 위에 잔뜩 물건을 이고 장사하러 나간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우리 집 마당을 덮기 시작합니다. 그 어둠 앞에 엄마 모습 희미하게 보입니다.

“원옥아~” 아, 정말 내 엄마입니다. “엄마~!” 엄마 품에 안겨본 게 언제인지, 그 품속으로 달려가 봅니다. 그런데 엄마는 금방 어둠 속으로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고 열세 살 어렸던 원옥이는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손등에 주름이 서려 있는 90세 할머니가 홀로 어둠 앞에 서 있습니다.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열세 살 그때 일본 군인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내게 달려들어도 엄마 생각하며 이겨냈어요.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나는 살고 싶어 버둥거렸어요.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본 군인들에게 내 몸 수십 번, 수백 번 빼앗기며 울고 또 울었던 그 날들을 엄마에게 토해내며 실컷 울고 싶었어요. 엄마 품에 안겨 울기만 해도 내 아픔 다 나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엄마 나는 지금 길을 잃어버렸어요.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어요.

“집을 떠난 지 어느덧 75년이 지났습니다.” 그 무섭고 끔찍했던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었다네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이다지도 멀까요? 아직도 나는 해방을 기다려야 하나요? 그래도 엄마,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일본 정부에게 해결을 바라며, 70년 동안 하루하루를 쉼 없이 달려왔어요.

“나 올해는 꼭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나 올해는 꼭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받을 것입니다.
나 지금 비록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 우리 곧 만나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1ㆍ평양)가 76년전 헤어진 엄마를 생각하며 쓴 편지,
정리 : 서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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