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민 두 번 죽이는 ‘농산물 가격 폭등’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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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민 두 번 죽이는 ‘농산물 가격 폭등’ 보도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8.09.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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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두지마을 이장
“‘쌀값이 올랐다’가 아니라 ‘쌀값이 회복되었다’”

“햅쌀은 언제쯤 나오나요? 쌀값이 많이 올랐다던데 가격은 안올리나요?”
18년째 쌀을 직거래 하고 있는 필자에게 지난달부터 쌀을 주문하며 덧붙여 물어오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조벼 산지 가격이 작년보다 올랐다 하지만 법석을 떨 만큼은 아니라는 게 현장 분위기지만 언론은 연일 쌀값이 올라 걱정이라는 듯 보도를 쏟아냈다.
사실, 지난겨울 한파 때문에 초봄에 출하된 감자가격은 항간에서 ‘금자’라 불릴 만큼 올랐고, 최근엔 하락세이지만 사상초유의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건고추 가격도 작년보다 올랐다. 반대로 이른 봄과 7월에 각각 출하한 양파와 애호박은 상하차비나 포장상자 값도 못 건질 상황이어서 산지에서 트랙터로 갈아엎어졌다.
물론, 농산물가격은 공산품과 달리 가격 변동폭이 크다.
농산물은 국민들의 기본 먹거리이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여 먹는 양을 크게 늘리거나, 가격이 폭등했다고 크게 줄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생산조절이 쉽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공산품은 가격이 폭등할 경우 공장을 가동하여 하루만에도 공급량을 늘릴 수 있지만, 농산물의 경우 수개월을 지내야 하거나 심지어 다년생 과일이나 가축은 수년이 지나서야 생산 공급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농산물 가격은 언론의 주장처럼 폭등하였을까. 앞서 양파와 애호박이 폭락한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농산물 가격은 10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되레 과거만 못하다는 게 농민들의 볼멘소리다. 하지만 언론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하루 동안 거래되는 100여 가지의 농산물 중 급등하는 품목 몇 개만을 골라 ‘금자’, ‘금배추’ 란 제목을 달곤 한다. 그리곤 농산물을 장바구니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내모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작황 부진으로 단기간 가격이 오른 일부 품목에 한정된 것을 전체 농산물 값이 오른 것처럼 묘사한다. 또한 다년간의 객관적인 가격추이를 뜻하는 평년가격이 아닌, 등락폭이 큰 전년도와의 대비를 통해 그 가격상승의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팔 것이 없는 농민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다.
이조차도 언론의 속성이려니 하며 백번 양보하자. 그렇다면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 농민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지는가.
가령, 가을배추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치자. 이 말은 전국적으로 상당수 배추 생산농민들은 작황이 부진하여 실농하였다는 의미다. 개중에 일부 살아남은 농가조차도 평년가격 수준의 밭떼기 거래(포전거래)로 금배추는 그림의 떡일 뿐, 산지 유통업자들의 잔치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쓰린 속을 달래기 일쑤다. 한술 더 떠 여론의 뭇매에 놀란 정부당국은 관세조절을 통해 중국산 수입물량을 대폭 들여오거나 비축물량을 시장에 풀어 가격을 떨어뜨린다. 농민들의 생산비 부담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유통마진이 높아 소비자가격 대비 농민들의 수취가격이 평균 55%(쌀-80%, 과일ㅇㆍ건고추-55~65%, 무ㆍ배추-15%가량)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장의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이 올라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언론보도만 보면 농민들이 한 몫 잡는 줄 안다.
실제 물가상승에 농산물이 미치는 영향은 공업제품과 서비스의 절반도 안될 만큼 미미하다. 더 이상 농산물을 물가 인상의 주범인양 몰아세우면 안 된다.
흔히 언론을 제4권력이라 일컫는다. 정치권력 못지않게 그 영향력이 커졌다. 사실보도와 진실추구라는 본연을 방기하면 대중을 짓누르는 총칼보다 더 무섭다. 언론은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짓을 당장 거두어야 한다.
읍내에 ‘밥 한 공기 300원 쟁취하자’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쌀 1㎏으로 밥을 지으면 약 10공기 가량 된다. 즉 밥 한 공기 300원은 80㎏ 쌀 값 24만원인 셈이다.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오래전부터 요구한 가격이다. 언론은 현재 산지 쌀값 17만원을 쌀값이 최저로 떨어졌던 2~3년 전 쌀값을 들먹이며 대폭 올랐다고 했다. 참고로 일러둔다. 현재 쌀값은 필자가 순창에 내려와 첫 해 농사를 짓던, 꼭 17년 전 ‘정부수매가 1등 가격’이었음을. 그리고 정정을 요구한다. ‘쌀값이 올랐다’가 아니라 ‘쌀값이 회복되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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