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남북한 새로운 민족 언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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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말/ 남북한 새로운 민족 언어 발굴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9.01.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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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재미있는 북녘말(5)

‘그대도록’, ‘더적더적하다’, ‘구릉지다’, ‘무기미하다’

남북한 언어를 발굴하는 작업에 힘이 실렸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새로운 단어들이 속속 발굴 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한 공동 집필을 위해 지난해 남북의 사전(남 표준국어대사전, 북 조선말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문헌어ㆍ지역어ㆍ현장어를 조사하여, 선별한 새롭게 찾은 겨레말을 소개한다. 그동안 남북한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어휘를 발굴하는 작업은 남한과 북한, 중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 중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발견된 공통 단어들을 만나보자.
“기별을 해줄 테면 일찌감치 기별을 해줄 일이지, 사람을 ‘그대도록’ 곯린단 말씀요?” 박종화 《임진왜란》(남), “인제 제가 죽고 나면 며느리 고 씨가 집안의 한 어른이 되어 가지고 맘대루 휘둘러가면서 지낼 테니까 그 일을 생각하면 아깝고 미웁고 해서 숨이 넘어가는 마당에서까지 ‘그대도록’ 야속한 소리를 했던 것입니다.” 채만식 《천하태평춘》(북), 앞의 예문에서 볼 수 있는 ‘그대도록’은 ‘그다지’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그러한 정도로’ 또는 ‘그렇게까지’로 풀이할 수 있다.
“머리는 부엉이 대가리 같고 수리 눈에 왜가리 주둥이, 맹꽁이, 모가지 체격으로 욕심과 심술이 ‘더적더적하옵데다.’” 작가미상 《흥보전》(북), “문을 잡아당기자 비바람에 바랜 종이가 ‘더적더적한’ 문짝이 기우뚱하며 열렸다.” 이명한 《위패》(남), 앞의 두 문장에서 나타난 ‘더적더적하다’ 는 ‘어지럽게 덧붙거나 겹쳐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형용사다.
“‘구릉진’ 곳을 휘청휘청 올라간다.” 박경리 《토지》(남), “‘구릉진’ 포장도로가 마주 다가오고 길옆의 키 높은 방울나무들이 휙휙 지나갔다.” 최성진 《높이 솟은 탑》(북), 두 묘사문에 쓰인 ‘구릉지다’는 ‘언덕지다’와 같은 말로 ‘바닥이 평탄하지 못하고 언덕처럼 비탈지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검은 침묵과 함께 조용히 시간이 흘러갔다. 이 ‘무기미하며’ 숨막힐 듯한 침묵 속에서 아픈 다리는 또다시 쑤셔나기 시작하며 뇌장을 송두리채 뽑아 내친 것처럼 머리속이 휭하여졌다.” 권정룡 《도강》(북), “수달피 씨의 시골 사람을 모욕하는 언사에는 모두가 불쾌한 듯 아무도 맞장구를 치지 않아서 방 안은 잠시 ‘무기미한’ 침묵에 잠겨있었다.” 정비석 《한월》(남), 앞의 예문에 쓰인 ‘무기미하다’는 ‘아무 기미가 없다’와 ‘어떤 낌새나 징조를 알아차리거나 짐작할 수 없다’는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그다지를 강조한 말 ‘그대도록’, 어지럽게 덧붙은 모습을 표현한 ‘더적더적하다’, 비탈진 곳을 나타내는 말 ‘구릉지다’, 기미가 없다는 뜻의 ‘무기미하다’ 외에도 다양한 남북한의 공동언어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사업은 서로 다른 언어뿐만 아니라 지금껏 인식하지 못했던 공동의 민족 언어까지 발굴해 나가는 작업이란 점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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