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수정마을 어르신 ‘순창문화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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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수정마을 어르신 ‘순창문화 탐방’
  • 황호숙 강사
  • 승인 2019.07.3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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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대 고령 주민 40여명, 11시간 문화 탐방 소화

 

70~80대 고령 주민 40여명, 11시간 문화 탐방 소화
어르신들, “순창에 이런 좋은 데가 있었디야!” 호응

 

지난달 24일,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려 11시간을 해설했는데 가슴 뿌듯 행복했답니다. 한 마을에 살고 있는 70~80세 어르신 40여명이 모래 가득한 ‘바닷가’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평생 살아온 ‘순창’을 탐방하겠다고 한 겁니다. 한두 군데 슬쩍 인사치레로 들러 보시는 것도 아니고 빡빡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해서 여러분께 자랑하려고 합니다. 순창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순창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제가 문화관광해설사를 한 지 7년 만에 첫 경험입니다.

▲발효소스토굴에서 체험하며 사진찍는 어르신들.

제가 사는 곳이 구림이다 보니 멀게 느껴졌던 동계 수정마을에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 임실과 남원의 경계인 수정마을 소개글을 새겨놓은 ‘비문’을 읽어보니 마을의 역사가 깊더라고요. 관광차에 타서 인사드리며 저도 농사꾼이고 홀시아버님 20년 모시고 살았다며 너스레 좀 떨며 어르신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정마을에서 8시에 출발, 풍산면 향가마을에 도착하기 전 채계산의 아리따운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멈춰서 모양 설명 해드렸어요. 수정마을에선 수정이 많이 나왔듯 옥출산에서는 옥이 많이 나왔다고요. 월지매와 순창군수 전설도 나름 구성지게 해드리고 향가 굴 앞에서 단체 사진 찰칵! 일제강점기 순창사람들의 아픔과 분노로 이루어진 토굴을 지나며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고 향가 목교를 지나며 순창의 모든 맑은 물길들이 유등 외이리에 모여 섬진강으로 흘러 흘러든다는 것과 철교를 놓으려고 했다가 해방이 되어 미완성인 채로 남았다가 아름다운 섬진강 자전거 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훈몽재 산장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

향가오토캠핑장까지 함께 걸으며 ‘우리 마을에도 이런 돌담길과 연못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 ‘성동 야영장도 멋진 캠핑장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놀러 오게 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인계면내 건강장수연구소에 가서는 중종시대 최장수 노인 이야기를 만화로 보고 지압법도 배우며, 알뜰살뜰하게 만들어진 ‘생ㆍ로ㆍ병ㆍ사’ 관도 둘러보면서 다음에는 찬찬히 와서 다 체험해보겠다는 야무진 각오 한마디씩 했습니다.

▲풍산면 향가터널 앞에서 파이팅을 외친 동계 수정마을 어르신들.

순창읍내 발효소스토굴에서 재미있는 체험을 하며 사진 찍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닭 10마리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회문산 가는 길 버스 안에서 회문산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복흥면에 있는 가인연수관에 가서는 초대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의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한 시대를 살았던 어르신들의 고개 끄덕이시는 모습이 보였지요. 연수관의 풍광과 풍수도 나름대로 보시고 끝에서 끝인 추령재 산림박물관에 갔습니다. 미리 준비해 놓은 체험도 해보고 1층도 한 바퀴 빙 돌아 야외로 나와서 옛날 가옥들을 보며 추억에 젖은 모습이었습니다.
드디어 강천산에 도착하여 강천사(절)까지 걸어갔다 내려왔습니다. 한 분도 힘들다고 짜증내시는 분 없이 안전하게 잘 끝냈답니다.

▲산림박물관에서 꽃누르미(압화) 부채를 만들고 있다.

제일 고령인 한정복(89) 어르신은 “우리 동네는 뭐든 원만하게 움직여서 좋아. 오늘 갔던 곳 대부분이 처음 간 데야. 복흥ㆍ쌍치도 처음 가봤어. 강천산만 가봤지, 덕분에 호강했네”, 이 모임을 제안한 장운규(79) 씨는 “알차게 구경 잘했지. 내 고장을 알아야 하는데, 다 잘했지. 겁나게 투자를 많이 해놔서 우리들 생활에 보탬이 될꺼 아녀”, 심부름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던 김중순(75) 부녀회장은 “골짝마다 이런 좋은 데가 있을 줄 몰랐네. 강천사만 좀 다녔었는데 나중에 울 아이들 오면 함께 다녀봐야겠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이정길(67) 전 이장과 장주언(54) 현 이장이 합심해서 만든 ‘작품’이라 합니다. 마을회관에서 이 이야기를 할 때 반대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번 밀고 나가보자는 제안에 마을 주민들이 힘을 불어 넣어줘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침 오수환 전 순창읍장이 모든 계획을 수립해 하루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단한 동네지요? 너무 멋져 칭찬하고 싶습니다. 순창에 살면서 순창의 우수함을 모르면 안 되지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 여러분 마을도 도전해보실래요.

 

- 황호숙(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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