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되새겨본 ‘정의의 여신상’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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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되새겨본 ‘정의의 여신상’의미
  • 고윤석 향우기자
  • 승인 2011.06.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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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형 군수 대법원 판결을 보고

유난히도 요란한 천둥소리와 번개를 동반해 밤새내린 비가 게인 지난 6월 9일 아침.

서둘러 강남구 서초동 소재 대법원 정문을 들어서자 육중한 석조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대법원 청사의 위용이 나를 압도한다. 잘 정리된 정원을 돌아 뒤꼍 법정 출입구에 다다랐다.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방청객들, 방송장비며 취재진의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오늘이 대법 최종 선고공판일임을 말해주는 듯한 분위기였다. 법정 안은 방청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청객 모두가 죄지은 사람들처럼 엄숙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했다. 이윽고 “피고인 아무개, 상고를 기각한다”라는 대법관들의 주문 낭독이 1시간여 이어졌다. 사안마다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순식간의 최종 판결이었다. 오랜 시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터에 뭘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허탈했다. 다만 이참에 우리나라 최고 법정이랄 수 있는 이곳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앞에 놓인 ‘정의의 여신상’이 우리나라 법의 집행과 판결을 상징하고 있다는데 대한 의미와 단상을 피력해 본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율법 여신들’이 지니고 있는 물건이 바로 ‘저울’이다. 저울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도 공평한 법의 집행을 상징한다고 한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만들어 놓은 자기들만의 ‘정의의 여신상’이 수도 없이 많다. 공통점은 높이 든 한손에 수평 저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 대법원의 여신상은 나머지 한손에 법전을 들고 있는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칼을 들고 있으며, 우리의 것은 눈을 뜨고 있는데 비해 외국의 것은 대부분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공평한 법의 집행을 상징하는 거울과 약속된 법의 권위를 상징하는 법전과 칼의 상징성에는 크게 이의가 없다. 문제는 눈가리개다. 세계 여러 나라는 여신상들을 만들 때 그리스 율법의 여신과 같은 경지에 오를 수 없으니 그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라는 의미에서 눈가리개를 씌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신은 왜 눈을 뜨고, 왼손에 저울대신 책(법전)을 들고, 오른 손에 칼 대신 저울을 들고 있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울’은 법의 형평성을 표현하고, ‘법전(칼)’을 쥐고 있는 것은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표현이며, 눈을 가리는 것은 법 해석에 주관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이고, 눈을 뜨고 본다면 인정과 사적인 이해관계, 정치집단들의 압력에 의해 휘둘릴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로 유추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의의 여신상’은 법과 정의의 상징이다. 작금에 법원과 검찰의 법집행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종종 들려온다. 1심에서 80만 원, 2심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법원의 공판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과연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뜨고 저울추를 똑바로 보기 위함인지 아니면 이익집단의 눈치를 살피며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나 않는지 궁금하다. 대법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국민을 섬기는 법원, 대법원’의 글귀와 ‘정의의 여신상’의 상징처럼 만인에게 공평한 법 집행으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아닌 행복한 세상 만드는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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