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한 톨이 일곱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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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 한 톨이 일곱 근
  • 이계묵 향우
  • 승인 2011.06.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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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미칠근(一米七斤) 이라는 말은 ‘쌀 한 톨이 일곱 근’이라는 말입니다.

쌀 한 톨을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피와 땀을 흘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쌀 한 톨에 들어간 농부의 노고를 상징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옛 말에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습니다. 쌀 미자(米)를 보면 위에 두 점과 밑에 두 점이 쌍 팔(八八)를 뜻합니다. 그리고 가운데는 열십(十)자를 뜻합니다. 쌀 한 톨이 만들어 지려면 농부가 여든 여덟 번의 손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의 농사법은 그렇게 손이 많이 갔습니다. 그렇게 각고 끝에 얻어진 곡식이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일미칠근’이라는 말이 나온 겁니다.

요새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을 모릅니다. 당(唐)나라 때 이신(李紳)이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민농(憫農)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그 시에 보면 이렇습니다.

논에 김을 메는 데 한 낮이 되니 (鋤禾日當午) / 벼 포기 아래로 땀방울이 떨어지누나 (汗滴禾下土) / 그 누가 알아주랴! 소반위에 쌀밥이 (誰知盤中餐) / 한 알, 한 알 모두가 고된 노고인 것을! (粒粒皆辛苦)

농사 짓는 농부의 실상을 잘 표현한 시입니다. 여름 삼복더위에 논메는 모습 아닙니까?

옛날 농법은 유기 농법이라 논에 김도 네 번 다섯 번 멨었습니다. 땅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숨이 막히도록 올라옵니다. 땀은 비 오듯 합니다. 허리 필 겨를 도 없잖습니까? 얼마나 힘든 일이었습니까? 그 고된 농촌 실정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그려 놓은 시입니다.

그러니 어찌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일미천근(一米千斤)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양식(糧食)의 소중함을 압니다. 옛부터 식자민대본(食者民之本)이라 했습니다. 백성은 밥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말입니다. 먹어야 살수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먹지 않으면 생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 수(數)도 식구(食口)라고 하지 않습니까? 가족 수(數)를 입(口)으로 샌 겁니다. 열 식구, 다섯 식구, 먹는 것이 그렇게 중한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음식을 너무 낭비한 것 같아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 한해에 버린 음식물이 15조원이라고 합니다. 남은 음식물 처리 비용이 4000억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 곳곳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음식물이 낭비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그건 죄악입니다.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음식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음식은 먹을 만큼만 만들어서 먹어야 합니다. 좀 배고픈 듯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습니다. 너무 고단백 고 칼로리로 섭취하다 보니 비만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병원마다, 한의원 마다, 살 빼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습니다. 적게 먹으면 건강에도 좋습니다. 적게 먹고 남은 돈으로 못 먹고 못사는 이웃들을 도와줍시다. 우리나라도 춘궁기 보리 고개 넘긴지 얼마나 됩니까? 굶기를 밥 먹듯이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배 고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오, 육십 년대에는 배고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절대적 빈곤시절이라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배고팠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서 병입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납니다. 살찌는데 돈 들어가고, 살 빼는데 돈 낭비를 합니다. 이래도 됩니까? 환경청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년에 15조 4천억을 음식물로 낭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한불교 조계종 정토회에서 음식물 제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물 남기지 않기 운동입니다. 그곳에 가입하면 됩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환경도 살리게 됩니다. 정말 좋은 운동 아닙니까?

빈 그릇 운동은 원래 스님들의 식사법입니다. 절에서는 일체 음식물을 남지 않습니다. 먹을 만큼만 음식을 합니다. 남긴 음식이 하나도 없습니다. 원래 하루 세 홉씩만 먹습니다. 얼마나 소식(小食)입니까? 밥그릇도 물로 헹궈서 마십니다. 그러니 물도 오염 될 일이 없습니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씻어 마십니다. 각자 수행을 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빈 그릇 운동은 ‘일미칠근’의 정신을 담고 있는 운동이고,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는 운동이고,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운동입니다. 빈 그릇 운동은 세계 기아 문제를  돕는 운동입니다.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듭시다. 향우 여러분 사랑 합니다. 향우 여러분! 많이 동참합시다.

 

이계목 향우는 팔덕면 출신으로 지금은 선불교 쪽으로 집필중에 있습니다. 저서로는 선(禪)의 뜰에 거닐다, 화두참선, 유식삼십송, 자작 선시 몇 편이 있습니다.
중앙승가대학과 해인전통불학원을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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