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냉소는 하지 말라” “기성세대의 잘못을 기억하라” “모두 엉망진창 됐다…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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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냉소는 하지 말라” “기성세대의 잘못을 기억하라” “모두 엉망진창 됐다…싸우라”
  • 임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7.07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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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작가 조세희 강연

배가 고파 우는 백구들 보며 슬펐다.

강연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였던 작가 조세희는 최근 ‘가난한 식당’에서 보았던 흰둥이 개(백구) 얘기를 꺼냈다.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두 마리의 개가 짖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왜 저렇게 짖어’라고 묻기에, ‘배고파 밥 줘’ 라는 뜻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개가 줄기차게 짖어대는데도 밥을 안줬다. 식당 건너편에 있던 개도 ‘멍멍’ 짖어댔다. ‘나도 안 먹었는데, 너도 안 먹었어?’ 라는 뜻이라고 얘기해줬다.”

작가는 가난한 식당 주인이 배고픈 개를 외면하는 풍경을 소개하면서 약자들끼리도 서로 연대하지 못하는 요즘의 세태를 빗댄다.

조 작가는 “요즘에는 자다가 눈물이 나온다”며 “한국의 현실에도 울고,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이 많아서도 운다”고 말했다.

‘난쏘공’을 발표하고 가만히 있었다는 그는 “(세상은) 그 사이에 엉뚱한 곳으로 가버렸다. 숨이 막히고 내 몸도 나빠졌다. 마음이 약해서 그런지 백구가 우는 게 슬펐다”며 “300년전 동학 할아버지들은 싸우고 피해 다니면서도 그 땅 민중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민중들을 위해 개 한 마리도 잡아먹지 않았다. 개는 인간하고 가장 가깝다”고 말했다.

두 농민의 죽음이 나라를 아프게 했다.

조 작가는 아픈 몸을 이끌고 40여분의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병마로 인한 아픔보다는 지난 2005년 11월 겨울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한 두 농민의 죽음이 더 아팠다며 그 날 그 일을 상기시켰다.

“요즘 제가 아픕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5년 11월 15일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태어나 많은 제한조건 속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농민의 얘기 몇 마디를 국가에 전하기 위해 여의도로 올라왔다가 국가를 지탱하는 큰 힘 중의 하나인 경찰의 진압작전에 의해 돌아가신 두 분 농민. 그 날 그 때부터 저는 아픕니다.”

역대 정부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조 작가는 “(박정희 때) 단숨에 경부고속도로를 뚫더니 지금 4대강도 마찬가지”라며 “구미(유럽)에서는 건물 하나 짓고 다리 하나 세우는 데 몇 백년이 걸리는 데 우리는 너무 조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때 뭐라 그랬습니까. 우리는 곧 선진국이 된다고 했어요. 전두환, 노태우 때도 그랬어요.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사람마다 ‘가장 뛰어난 국가, 선두에 서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허깨비 같은 소리를 해댔어요. 지금도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모든 것을 단숨에 처리하려고 해요”라고 비판했다.

“(박정희 시대에 단숨에 이룬 일들을) 박정희가 했다고 한다. 도로도, 전기도 다 박정희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정희가 그렇게 부자 집에서 태어나서 한 나라를 다 먹여 살렸는지 몰랐다.(웃음) 박정희는 가난한 농민의 작은 집에서 태어났다”며 “아이들이 자라면 그런 생각이 달라지리라 생각했는데 자꾸 엉뚱한 상황으로 나가더라”며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들이) 선진국 진입을 외치며 ‘악에 굴복한 제3세계의 아버지’들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한국은 여전히 ‘2세계’도 ‘1세계’는 더더욱 아닌 이제 겨우 ‘2.5세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아버지 세대’가 한 일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는 30년 하는 사업을 단숨에 하려고 한다. 외국에도 안 나가봤는지 궁금하다. 왜 그렇게 조급한가? 학자들도 엉터리다. 4대강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우린 이명박 대통령이 뭘 생각하는지 다 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동족을 학살한 원흉들에게 인사하러 가고, 전ㆍ노를 위해 한해 15억원을 쓰고, 독재자의 딸이 뭔가 되려고 하고. (도대체 이런 속에서)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그는 이날 ‘엉망진창’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한국의 미래는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100년은 악인들의 세대”라고 규정한 그는 “다음 100년의 좋은 성장을 위해서 ‘적들’과 빨리 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야스퍼스를 인용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연대감이 존재한다. 잘못과 불의, 범죄에 대해 함께 책임져야 한다. 악을 저지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같이 나눠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하지 못해 일어난 불행은 그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기성) 세대가 싸우지 못했고 혁명이 필요할 때 혁명을 겪지 못했다”며 그 결과 “범죄자들이 감옥에도 안가고 쌓아놓은 부(富)도 내놓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걷은 세금으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老) 작가는 “그래서 내가 여러분에게 부탁한다. 여러분은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아버지 세대가 뭘 못했는지 알아야 한다. 여러분은 떳떳하다고 큰 소리 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이런 사람(지도자)과 엉망진창인 민중 속에서 좋은 일이 갑자기 생길 수가 있겠냐?”며 지난 수십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성장주의 신화’는 ‘선진국 담론’을 유포해온 지도자뿐만 아니라 ‘엉망진창인 민중’에게 책임이 있다고 꾸짖었다.

청년이여 공부하라! 분노하라! 싸우라!

“분노하십시오. 분노하는 데는 힘이 필요합니다. 아버지 세대가 무얼 못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 다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요즘 눈물겨운 현장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꽉꽉 누르고 있습니다. 공장에서의 삶이 비인간적이라면 공장이 개조돼야 합니다. 국회에서 제대로 안 되면 국회가 개조돼야 합니다. 청와대가 달라지지 않으면 청와대로 달려갑시다.”

그는 특히 “대학생들의 지적 능력이 퇴보했고 고민도 하지 않는다”고 걱정하면서 젊은 층의 냉소주의, 비관주의를 경계했다. 그는 “독재자들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자란 비관주의자는 기성세대로 충분하다”며 “(청년들이) 냉소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냉소주의는 나쁜 정치인이나 무식한 정치인이 가장 좋아하는 얘기”라며 “20대가 (냉소주의자나 비관주의자 같은) 엉망진창이 되면 안된다”고 재삼 강조했다.

“여러분이 미래의 희망이고 주인이고, 세계 역사에 참여해서 같이 해야 할 미래”라며 “분노는 하되 현실을 비관하거나 냉소하지 말라”는 힘찬 주문으로 강연을 마쳤다.       정리 : 임양호 편집인

● 인권연대 공식명칭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약칭. 1999년 6월 12일 창립한 인권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인권단체.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세계평화의 기본임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1948.12.10) 정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을 구체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와 함께 독일 실존철학을 창시했다. 칸트, 니체, 키에르케고르 등의 영향을 받았으며, 현대 문명에 의해 잃어버린 인간 본래의 모습을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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