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 집짓고, 청소년과 ‘우영자’ 지도
여균동 감독의 신작 영화, ‘저승보다 낯선’ 시사회가, 지난 22일 작은영화관 ‘천재의공간 영화산책’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지역주민과 올해 ‘우리영화 만들자’ 청소년영화캠프에 참가했던 청소년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시사회에 앞서 지난 청소년영화캠프에서 만들어 전주청소년영화제에서 1등상을 수상한 <무슨 생각하고 사니>를 상영했다.
만약 영문도 모른 채 전혀 모르는 곳에 불시착한다면? 그곳은 시간도 공간도 정지된 듯, 반복되고 고여있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 자신을 인지하는 영화감독과 기억조차 잃은 정체불명의 또 한 사람. ‘저승보다 낯선’은 이 두 인물이 영화를 끌어간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 힘은 어디서 올까? 여 감독은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낯선 게 있다면 무엇일까? 사람들은 신과 죽음과 외계인이라고들 한다. 그 가운데 죽음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알 듯 모를 듯 멀리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평생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할 일이면서도 결코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는 ‘타자’다. 신기한 관념이자 실재이다. 이 영화는 그에 관한 조그만 생각을 펼쳐낸 것이다. 같이 생각해보고자 만들었다”는 작품 의도를 밝혔다.
여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묻는다. ‘죽으면 남는 건 기억뿐이다. 기억은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다. 부활이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영화는 죽음이라는 렌즈로 삶을, 영화를 부감으로 내려본다.
영화캠프에서 함께 작업한 인연으로 사회를 맡은 박찬혁(순창고 2년)학생의 “마지막에 나오는 버스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질문에 여 감독은 “의도한 장면은 아니었다. 원래 등장하면 안 되는데, 기다리던 버스가 시간 없다며 지나간 것이다. 배우 안석환도 나도 그냥 따라갔다. 즉석 연기였다. 나중에 보니 원래 의도한 장면보다 더 좋아 기존 것을 버렸다. 버스는 죽음 이후에도 놓기 어려운 끈, 아집, 인연 이런 것들일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관객석에서는 ‘순창에 오셔서 이렇게 시사회까지 하게 된 것에 감사하고 환영한다. 순창의 문화예술 발전에 한몫해달라’는 주문에 여 감독은 ‘감사하다.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나온 ‘시나리오를 받는가’ 라는 질문에는 ‘언제든 환영이다’라고 답했다.
함께 사회를 맡은 정산희(동계중2년) 학생이 ‘올해 영화캠프는 여 감독님께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감독은 “이번에 학생들이 만든 영화, ‘무슨 생각하고 사니?’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작품이다. 학생들이 만든 걸 보면서 울 뻔한 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이 세상에 못 나왔으면 어쩔 뻔했을까’하는, 이전의 시간 동안 못 만들어왔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였다. 순창 학생들에게 잠재되었던, 숨겨진 것들을 드러내게 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균동 감독은 1994년 ‘세상 밖으로’라는 영화로 데뷔,1995년도엔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 ’외투‘(1996), ‘미인(2000), ’여섯개의 시선(2003)’, 비단구두(2005), ‘1724 기방난동사건(2008)’, 최초의 트윗영화, ‘수꼴경계캠페인(2011)’ 등 다양한 영화를 만들었다. 극단 ‘연우무대’와 ‘광대’에서 연기 활동 이후 배우로도 데뷔했다. 춤, 평론, 사진 등 전문 미학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회화개인전 ‘붉은 누드전’, 2014년 돌그림전 ‘각인각색(刻人刻色)’전을 여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낯선 시리즈 3부작, ‘예수보다 낯선’, ‘저승보다 낯선’ 시리즈는 향후 생태를 주제로 한 영화, ‘지구보다 낯선’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여균동 감독은 현재 순창 유등에 집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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