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덕 백암마을 배꽃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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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 백암마을 배꽃잔치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2.04.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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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의 황홀경에 빠져 음악에 취하다

 

배꽃이 이렇게나 멋졌던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난 9일 저녁 순창읍 경천길에서 만개한 분홍빛깔 벚꽃과 함께 열렸던 길거리공연을 취재했던 적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하얀 배꽃이 흐드러진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지난 15일 오전 지인에게 팔덕 백암마을 배 과수원집에서 오후 430분부터 작은 음악회를 곁들여 마을잔치가 열린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곧바로 배 과수원에서 어떤 음악회를 할까호기심이 동해 시간에 맞춰 백암마을을 찾아갔다.

 

백암마을 배 과수원 집을 찾아가다

평소 순창읍에서 강천산을 오가며 팔덕제(팔덕저수지) 건너편으로 강천산 전원마을을 자주 봐 왔던 터여서 차량자동항법장치(네비게이션)’만 믿고 순창읍에서 출발했는데, 백암마을 배 과수원 집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마을잔치를 하려면 분명히 사람이나 차량이 북적여야 하는데 도통 보이질 않았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니 동네사람들끼리 과수원 집에 모이는 거라서 도로에서는 잘 안 보인다며 웃었다. 순창에 정착한 지 13개월밖에 안 된 서울 촌놈인 탓에 배꽃을 제대로 본 적 없는 것도 한 몫 했다. 사실 배꽃이라고 하면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유하 시인의 시집이 떠오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이 개발되기 이전인 1970년대 중후반까지 압구정에는 배밭이 유난히 많았다.

 

처음 시작한 배꽃잔치, “꽃이 다 떨어졌어요

아무튼, 배 과수원에 들어서자마자 황홀경에 빠졌다. 흐드러진 하얀 배꽃은 벚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배나무를 눈높이에 맞춰 고정시켜 놓은 덕분에, 바로 눈앞에서 흐드러진 하얀 꽃망울을 살랑거리는 배꽃은 봄을 마음껏 즐기라고 유혹하는 듯 했다.

과수원 주인 김종길(백암마을) 씨는 “26년 전에 여기에 배나무를 1500주 심었는데, 너무 따닥따닥 붙여 심어서 베어 내고 베어 내고 해서 지금은 한 300주 정도 된다배나무는 심고 한 5년 정도 후부터 수확을 시작해 오십년, 육십년까지도 하고 오래된 수령은 100년 가까이 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곁에 있는 임형락(전원마을) 씨는 배꽃 마을 잔치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끼리 올해 처음으로 한번 시작해봤어요. 한 열 명 정도 모일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그냥 고기 굽고 소주나 한 잔 먹고 나팔 불고 해 보자 그랬죠. 근데 날짜를 잡았는데 배밭 주인이 병원에 가는 바람에 그새 꽃이 다 떨어졌어요. 사진 보여줘 봐, 이틀 전에 진짜 기가 막혀어요, 아주.”

 

서흥리와 청계리 경계에서 마을잔치

배나무 300주는 두 마을의 경계를 나누고 있었다. 김종길 씨는 배밭 여기 위쪽은 서흥리고 저기 아래쪽은 청계리인데, 지금 우리 배밭이 서흥리와 청계리에 모두 걸쳐 있다지금 배꽃잔치가 열리는 여기는 전원마을이 아니고, 서흥리 백암마을이야. 하하하하고 웃었다.

한쪽에서 삼겹살이 숯불 위에서 연기를 피워내며 식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청년들과 아내들은 배밭 가운데에 놓인 탁자로 음식을 바삐 실어 날랐다. 배꽃 향기가 진동하고 하얀 꽃잎이 날리는 환상적인 풍경 아래 한 상 가득 먹음직한 고기와 채소가 차려졌다.

임형락씨가 섹소폰을 꺼내들었다. 정확하게 공연시간에 맞춰 도착한 순창옹기체험관 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며칠 전부터 형님(임형락)께서 축제를 하는데 제가 꼭 좀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고 하셔서 오게 됐습니다. 저는 순창옹기체험관 관장입니다. 현재 순창음악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요. 순창 음악 발전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오늘 흥겨운 연주 좀 하고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배꽃이 흩날리는 작은 음악회

이십여 명이 함께 한 자리에서 드디어 섹소폰 듀엣 연주로 작은 음악회가 시작됐다. 첫 곡은 누구나 아는 노래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

봄의 한복판에서 <봄날은 간다>가 울려 퍼졌다. 배꽃은 삼겹살 위로, 소주잔 위로 아직은 봄이라고 계속해서 흩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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