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이어온 동호회, “노래 시간이 기다려져요”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지난 16일 저녁 8시 30분 무렵 찾아간 풍산면행정복지센터 2층 강당에서는 순창 출신 임종수 작곡가가 고향 순창을 생각하며 작사·작곡한 국민애창곡 <고향역>이 울려 퍼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 풍경을 배경으로 ‘풍산 꾀꼬리 합창단’ 회원들은 <고향역>을 부르면서 옛 추억에 젖어 드는 모습이었다.
이훈도 회장은 “우리 꾀꼬리 합창단은 2010년 풍산면주민자치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13년 됐다”면서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매주 화·수 저녁 8시면 모여서 9시 40분경까지 노래를 부른다”고 설명했다.
“모임 날 되면 나오는 게 기다려져”
스물다섯여 명 동호회원들 중에서 이날 모인 사람은 모두 열여섯 명. 1972년생으로 동호회에서 막내라는 신성순(50)씨는 “꾀꼬리 합창단 활동한 지가 한 6년 됐을까?”라고 셈하면서 동호회의 좋은 점을 이야기했다.
“매번 신곡을 배우니까 좋죠. 사실, 우리가 신곡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노래 부르려고 노래방에 가지는 않아요. 그냥 여기서 반복해 부르면서 신곡을 익히고 가끔 무대에 설 때 부르죠.”
이날 참석한 동호회 최고령자인 1947년생 황정애(77)씨는 “초창기 때부터 13년 동안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동호회를 마음껏 자랑했다.
“노래 부르고 박수 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니까 좋제. 모임 날이 되면 여기 나오는 게 기다려져요. 아니면, 잠이나 자고 그러는데… 시간 되면 여기 가야겠다 하고 세수라도 한 번 더 하고 그라제. 하하하.”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이훈도 회장은 “(황정애씨가) 동호회 모임 처음부터 형님하고 부부 간에 함께 열심히 다니셨는데, 작년에 형님이 돌아가신 뒤로는 혼자 참여하고 계신다”면서 “항상 밝게 웃으며 노래 부르시니까 나이보다 젊어 보이시고 건강하시다”고 거들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꾀꼬리 합창단
저녁 9시경 쉬는 시간, 치킨과 음료 등 간식이 펼쳐졌다. 회원들은 “회장님하고 임원진이 돌아가면서 한 달에 서너 차례 간식을 준비해 주신다”면서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함께 간식도 먹으니까 모일 때마다 항상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이틀씩 늦은 밤까지 노래 연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원들은 머뭇거림 없이 답했다.
“순창군생활문화예술동호회 공연 때마다 멋진 무대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남원 등 외지에서도 공연해요. 한 벌에 수십만 원 하는 무대 의상이 스물두 벌 있어서, 공연할 때 사이즈에 맞게 착용하죠. 밤 10시 무렵 모임이 끝나면 차 편이 없는 주민들을 마을마다 모셔다드리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게 꾀꼬리 합창단의 좋은 점이죠. 하하하.”
단체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회원들은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파이팅”을 합창했다. 누가 노래 부르는 동호회 아니랄까, 박자가 딱딱 들어맞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밤마다 노래하며 웃음꽃 피워요”라면서 들려주던 유쾌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