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면단위 마을마다 공병수거차량 운행했으면 좋겠어요”
오전 댓바람부터 부녀회원들 얼굴에 웃음꽃 만발이다. 부녀회원들은 가래떡과 조청, 귤 등 먹거리를 챙겨 들고 경로당 한편 이장실로 하나둘 모였다. 금방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언니, 이 조청은 뭐야?”
“가래떡과 조청이 찰떡궁합이네.”
“따뜻한 대추차 한 잔씩 들고 일하자고~.”
폐지 수거·공병 환불… 돈도 벌고
마을 전체 쓰레기 3분의 1로 줄어
지난 13일 오전 8시 20분 무렵 찾아간 인계 호계마을 할아버지경로당 앞에는 페트병 등 재활용품과 쓰레기가 종류별로 잔뜩 구분돼 있었다. 부녀회원들은 고무장갑과 목장갑을 낀 채 익숙하게 폐지와 종이상자를 옮기고 공병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면서도 웃음꽃을 피워냈다.
양남철 이장은 “오늘(수요일)이 마을 재활용품과 쓰레기 배출일인데, 수요일 오전마다 쓰레기 분류하고 정리하느라 부녀회원들이 애를 많이 쓰고 있다”면서 “작년에 선임된, 젊고 열정적인 부녀회장님이 정말 일을 열심히 하신다”고 귀띔했다.
김선희 인계면부녀회연합회장은 “호계마을 신혜정씨 추천으로 순창군 새마을부녀회 도배·장판 지원사업에 선정된 한 귀촌주민 집을 방문했다가, 보일러 없이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호계마을 부녀회원들이 회의를 열고 폐지와 공병을 팔아 모아둔 기금 70만원가량을 보일러 설치비용으로 지원했고, 인계 일이지만 심지어 금과 주민들도 장롱과 서랍장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순자(61) 부녀회장은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복흥 마을에서 재활용품을 팔아서 마을 기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마을에서도 지난해부터 폐지 분리와 공병 수거 등을 시작했다”면서 “부녀회원들이 수고스럽게 모은 돈이기는 하지만, 마을 주민을 위한 일이기에 만장일치로 보일러 설치비용을 지원했고, 여기 이장님(양남철 이장·임재휴 전 이장)들도 사비를 보태주셨다”고 말했다.
임재휴 전 이장은 “부녀회 활동이 잘 이뤄지면서 마을 전체 쓰레기가 3분의 1로 줄었다”면서 “환경개선, 자원순환도 되면서 부녀회기금도 마련할 수 있어서 1석3조 효과가 있다”고 웃었다.
공병 환불, 하루 1인당 30병 제한
자원순환 공병 수거 차량 있었으면
약속된 시각이 되자, 부녀회원들은 경로당 옆 창고에서 폐지와 종이상자를 꺼내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김순자 회장은 트럭에 올라 능숙하게 폐지를 정리해 나갔다. 순식간에 1톤 트럭이 가득 찼다. 폐지 정리를 마친 김 회장은 소형 4륜 전동차에 공병을 옮겨 싣으며 진지하게 호소했다.
“공병은 하나로마트에 가져다 주는데, 하루에 1인당 30병으로 제한이 돼 있어요. 전동차에 싣고 몇 사람이 가야 공병을 주고 돈으로 받을 수 있어요. 우리마을은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어르신들이 많은 마을에서는 공병이 그냥 버려지거나 방치돼 있어요. 우선 군에서 면단위 마을마다 순회하면서 공병을 수거하는 차량을 운행해 주면 좋겠어요.”
김순자 회장은 트럭에 폐지를 싣고 출발하면서 “19살에 전주에서 호계마을로 시집왔으니까, 벌써 42년 됐다”면서 “트럭 운전하는 사람이 남편”이라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