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애썼다!” 서로 격려하며 살아요
상태바
“고생했다! 애썼다!” 서로 격려하며 살아요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2.05.10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多문화·多자녀’라 더 행복해요. 김승식·레티톳 부부

▲ “우리가족도 신문 한번 나오자”며 카메라 앞으로 가족들을 불러모은 김승식(가운데)씨는 현재 부인 레티톳(맨 왼쪽)씨와 베트남에서 딸을 보러 온 장인장모, 그리고 두 딸 경미, 선미와 함께 살고 있다. 때마침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집에 놀러온 두 딸의 가족들까지 더해져 다복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오후 6시, 동계면 이동마을에 다복하고 금술 좋기로 소문난 부부가 있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아직 고추모종이 한창인 고추밭이었다.

“제 아내요? 다 좋아요. 일이면 일 살림이면 살림 거기다가 요리까지 모두 다 잘해요!” 봄볕에 검게 그을려 더욱 사람 좋아 보이는 남편 김승식(49)씨는 소문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내 아내자랑에 거침이 없다.

“요즘은 얼마 전 구입한 스쿠터를 타고 논밭을 누비고 다닌다. 참 부지런한 아내다.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데다가 한국어 공부도 열심이고 또…” 남편의 칭찬은 무한진행형이다.

“남편은 더 좋아요. 잘 생긴데다가 부지런하고 자상하고 항상 잘 한다 칭찬해 주고…” 부창부수라 했던가. 남편의 칭찬이 끝나자마자 환한 얼굴로 곧 바로 응수를 하는 아내 레티톳(29ㆍ베트남)씨.

남편 흉 좀 보라는 말에 “너무 부지런한 게 탈이에요.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해서 몸이 상할까 걱정돼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시쳇말로 죽이 척척 잘도 맞는다.

이렇게 한동안 부부의 닭살스런(?)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다가 자연스레 화제는 한 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던 가족들로 옮겨갔다.

“저기 계시는 분들은 바로 베트남에서 오신 제 장인장모님이시고 저 녀석은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우리 딸이지요.”

이야기인즉슨 이랬다. 2006년에 결혼한 부부는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들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한해 두해 미뤄져 간난장이 막내딸이 어느덧 여섯 살이 돼버렸다고. 그래서 고민 끝에 베트남 부모님을 한국으로 직접 초대해 못 다한 효도라도 실컷 해드리려고 했지만, 하지만 웬걸 베트남의 일정이 맞지 않아 바쁜 농사일 때문에 그만 손발이 묶여버렸다는 것이다.

나라와 상관없이 여기나 저기나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것일까? 한사코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부모님은 부족한 일손을 돕겠다고 사위와 딸을 따라 매일 들녘으로 나선다는 것.

“일을 하다보면 허리며 다리며 온몸이 쑤시는데, 어른들을 생각하면…” 김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끝내 말을 잇지 못하면서 “대충 바쁜 농사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다같이 모여 가족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아들ㆍ딸 다섯의 엄마가 된 레티톳 씨는 “다들 착하고 든든한 내편”이라는 말로 운을 뗀 다음 “저기서 일하는 딸은 막내와도 잘 놀아주고 엄마ㆍ아빠 일도 잘 돕는데다가 그동안 틈틈이 나를 위해 한국어 공부를 가르쳐 왔다”면서 “공부할 때만큼은 자기를 딸 대신 꼭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한다”며 딸 자랑에 열을 올렸다.

또 “우리에게는 한국어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다문화센터와 거리가 멀다. 이주여성들이 동계면에 함께 모여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레티톳 씨의 소원은 국적취득이라고 한다. 그녀는 4월에 면접 심사에서 떨어졌지만 7월 달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또 그녀보다 못한 여건에 있는 주위의 이주여성 친구들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런저런 이야기꽃 속에 고추모종이 한밭 가득 채워질 즈음 하루해가 저물고 주변은 어느덧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고생했다! 애썼다!” 서로에게 인사를 잊지 않으며 스쿠터에 나눠 탄 가족들은 고단했던 하루 일과를 뒤로하고 그렇게 집으로 길을 재촉했다.

집에 다다르고 현관문이 열리자 언뜻 네다섯 살 돼 보이는 꼬마들 대여섯의 장난에 온 집안이 바글바글하다. 어린이날ㆍ어버이날을 맞아 때마침 놀러온 손주 녀석들 속에 막내딸 선미(6세)가 세상을 만난 듯 즐겁게 어울려 놀고 있다. 어쩌면 김씨 부부의 젊음과 남다른 행복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장성해 출가한 두 딸은 들녘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가족들의 허기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성한 밥상을 정성스레 차려놨다. 두 딸의 마음 씀씀이와 깊은 속정이 묻어나오는 소중한 음식으로 이제 온 가족이 모여 행복한 만찬을 즐길 것이다.

그렇게 레티톳씨네 집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전통비빔밥처럼 서로의 특색과 장점을 잘 살려내어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지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
  • 순정축협 이사회 ‘조합장 해임 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