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근 독자 (순창 순화)
늦은 밤 11시. 신나게 운동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서는 길. 운동장에 떡 하니 자리 잡은 저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다가가보니 은행잎 같기도 하고 한 번도 보진 못했지만 유에프오(UFO)같기도 한 나방 한 마리가 앉아있다. 카메라 플래시가 반짝이기를 몇 번. 그래도 꿈쩍 않고 그대로다. 집에 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이라고 나오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그땐 몰랐는데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차분하고 의연한 자태로 앉은 그 녀석과 달리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모조리 불러 모아 “빨리 빨리 빨리! 일로 와봐 얼른!”하고선 호들갑을 부리던 내가 왠지 부끄러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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