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명품] 순창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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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명품] 순창자수
  • 정기애 기자
  • 승인 2012.06.05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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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수 새겨진 손거울, 향토핵심자원 선정“처녀 대여섯명 모여 수다도 떨고 수도 놓고 그랬제”

 

▲ 자수가 놓인 손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는 제영옥 기능인

 

▲ 자수를 놓고 있는 박혜숙 기능인

 

▲ 아이와 함께 자수를 배우러 온 자수센터 교육생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순창 장날이면 자수시장(일명 처녀시장)이 따로 열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순창출신의 박남재 화백은 한 강연에서 순창자수를 언급하며 꼭 복원시켜야 할 전통문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화백은 “읍내 시장에 자수를 팔기 위해 나온 처녀들의 댕기머리가 꼬리를 물었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새벽 댓바람부터 자수를 팔러 온 처녀들을 보기 위해 총각들도 시장에 몰리는 등 한마디로 진풍경을 이뤘다는 것이다. 당시 처녀들은 자수를 팔아 오빠들과 동생들의 학비를 대주는 등 집안의 생계를 도우는 가내부업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지난 74년부터 자수센터를 운영하던 제영옥(57ㆍ남계)씨와 박혜숙(71)씨도 자수를 해 동생들 등록금을 대주기도 했다. “처녀들 대여섯명이 방에 모여서 수다도 떨면서 수도 놓고 그랬지. 수를 놓다 보면 허리, 목, 어깨 안 아픈데가 없었지. 그래도 그때만 해도 혼수품으로 가져갈 병풍에도 직접 수를 놓고 그랬으니 처녀들한테 자수를 하는건 필수였지.”

70년대 중반부터 동양자수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계자수와 일본자수에 밀리기 시작했다. 겨우 명맥을 이어오던 순창자수도 최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지난해 군에서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향토 핵심자원 시범사업’에 공모해 순창자수 기능전수사업이 선정됐다. 2013년까지 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이에 장류박물관 별관에 자수 문화센터가 문을 열고 박혜숙씨와 제영옥씨가 50여명의 수강생들에게 기능 전수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순창자수를 지켜온 두 기능인은 요즘 자수를 배우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제씨는 “처음에 자수센터 문을 열었을때 나이드신 분들만 오면 어쩌나라고 걱정했는데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 우리 순창자수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번 기회에 기능자들을 양성해 순창자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수도 순창의 명물로 만들자

최근 자수 대중화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색이 깊은 전통 기술품 등 향토핵심자원을 현대화한 상품으로 개발했는데, 이 중 순창자수가 자수무늬의 아름다움을 살린 손거울로 재탄생한 것이다. 손거울과 함께 보석함, 명함집도 6월부터 국립박물관에 전시된다. 그러나 현대적 상품으로 개발됐어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높은 가격대다. 이에 제씨는 “명함집의 경우 물푸레 나무로 재질을 쓰면 8만원대의 고가지만 한지로 하면 3만원대에 보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씨는 “자수를 애써 살렸는데 판로 확보가 되지 않으면 또다시 죽게 된다”며 “행상이라도 할 각오로 뛰겠으니 자생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길때까지 판로 확보 등 군이 적극적으로 지원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자수센터에서 기획ㆍ디자인을 맡고 있는 최원(56ㆍ화가) 연구원은 “지역문화가 약한 순창은 자수가 유명했는데 없어진게 안타까웠다”며 “새로 시작하는 자수는 전통답습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브랜드화 시켜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고추장처럼 자수도 순창의 명물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자수가 다시 살아난다면 순창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순창자수 복원을 위해 온 가족과 함께 전주에서 순창으로 이사를 온 최 연구원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자수를 다시 살려 안동 하회탈 박물관처럼 세계 자수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전통의 멋이 살아 있는 손 자수가 놓인 명함집


전통과 미(美)를 잇는 ‘순창자수’

 

‘전북순창지방의 가정부업으로 유일한 생산이요. 명물인 자수는 오직 가정부녀자의 손끝에서만 생산품이 되는 까닭에 생산능률을 일칭 증가시킬 가치가 있음에 면 당국에서는 지난 21일에 전주여자고등보통학교로부터 강사를 초빙하야 일주일간 자수강습회를 주최하고 이어서 전람회를 개최한다. 자수전람회에 출품수가 무려 팔백점이라 하며 이일간 관람총수는 무려 팔백여명에 달하여 초유의 성향을 이루었다.<1939년 10월 3일 동아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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