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계약재배 올해도 반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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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계약재배 올해도 반쪽되나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9.23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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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수확 끝나 이미 시장에 팔리고 없어
계약재배에 기대 접은 농가ㆍ업체 태반

전통장류 생산과 유통에 중요한 자긍요인이 됐던 장류원료계약재배가 상호 불신과 정책기반 약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작황에 따른 시세 불균형에 더해 계약이행 의지가 점차 줄어드는 일이 수년째 계속 되면서 농가도 업체도 계약재배에 대한 기대를 접은 모습이다.

올해 계약재배 품목으로 정해진 고추는 끝물까지 거의 나온 아직까지도 수매를 못했다. 두 달 전 1근(600g)에 1만5000원 대에서 형성됐던 건고추 가격이 점차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계약재배 가격 최종결정시기도 늦춰졌고 결국 9월에서야 결정됐다. 가격결정이 작년보다 한 달이나 늦어졌고 수매역시 순연됐다.

농가에서는 이미 상당량의 고추를 상인이나 직거래 소비자에게 팔고 있다. 계약재배용으로 묶어놨던 고추도 점차 동나고 있다. 명절이 코앞에 다가오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약재배를 외면하게 된 것이다. 한 농민은 “수매가 늦어진데다 비오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니 건조저장시설이 없는 농가는 빨리 팔 수 밖에 없다. 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쟁여놓을 필요도 없지 않냐. 놔뒀다 상하면 업체에서는 어차피 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에는 콩이, 작년에는 고추가 문제가 돼 반쪽이 됐던 장류원료 계약재배사업은 올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농협, 작황조사와 이행 독려에 적극 임해야

2년 연속으로 시세와 계약재배 가격 차이에 실망한 농가가 수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업체에서도 계약재배에 대한 기대를 접는 모습이다. 계약재배 사업은 지난 2004년 30농가와 6개 업체가 참여해 9200만원의 적은 규모로 출발했다. 그리고 점차 성장한 결과 2009년에는 380농가와 39개 업체 참여했고 구매금액은 16억7300만원에 달했다. 행정지원액도 늘어나 당해 2억4300만원을 지원했다.

계약재배사업에 위기가 도래한 것은 이듬해부터다. 콩 가격이 폭등했던 지난 2010년 구매금액은 4억5300만원으로 전년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사업자체가 냉각됐었다. 작년에는 구매금액이 9억1300만원으로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건고추 수매율이 19%에 그쳤다. 올해는 고추 수확이 끝나가는 시기에도 건고추 수매가 시작되지 않았고 시세와 수매가격이 비슷해졌음에도 성과가 불투명하다. 수매량이 적은 찹쌀과 겉보리를 제외하면 결국 콩 밖에 믿을 품목이 없는 셈이다.

이 같은 계약재배사업 위기징조는 가격결정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농협순창군연합사업단은 지난 12일 농협중앙회 군지부에서 장류원료 가격결정을 하고자 했지만 농가대표 상당수가 회의에 불참해 19일로 연기됐다. 참여한 농가대표 2명이 모두 쌍치면에 살고 있어 군 전체를 대표해 가격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업체측은 “농가가 (가격결정을)못한다고 하는데 어쩔 수 있냐”며 회의를 미루기로 했다. 이정주 농업기술과 작물기술담당은 “농가대표 가운데 병 치료를 위해 부득이 빠진 사람이 있고 연락이 닿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가격결정에 대해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을 농민이 제공했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농협과 행정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근본적으로 불신의 싹을 키웠다는 것이다. 2010년의 사업량 급감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된다. 우선 물품을 받아간 일부 업체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농가에 지급돼야 할 돈이 몇 달 동안 지연됐고 이로 인해 농민 사이에서는 물건을 줘도 돈을 못 받는다는 소문이 나돈 점, 그리고 이에 사업의지가 꺾인 계약재배사업단이 군에 사업을 반납하기에 이르렀고 농협이 인수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본 계약 체결이 늦어진 점이다.

농협이 사업단을 인수한 이후 농가를 직접 방문하며 작황조사를 하고 계약이행을 독려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계약재배에 대한 충성심이 적어진 농가가 몇 백원 차이에 민감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계약재배 구매량이 적어질수록 취하는 수수료가 줄어드니 농협은 이 사업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군은 지리적표시제를 적용할 상징적인 제품으로 장류를 꼽고 있지만 정작 전통장류업체는 타지에서 더 많은 원료를 가져와 쓰고 있다.

좌초 위기를 맞은 계약재배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사업을 주도할 사람이나 조직이 모호한 상황이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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