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하천준설 의혹 해명없이 공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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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하천준설 의혹 해명없이 공사 강행
  • 남융희 기자
  • 승인 2013.05.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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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21호선 구미교 등 접속도로 개량공사

▲ 구미교 거더(상판)를 받치고 있는 교각 위쪽의 균열된 심각하고 교각 아래 밑동이 시원(?)하게 보일 정도로 교각 주변 골재를 채취한 구미다리의 모습은 불안하다.
‘국도21호선 구미교 등 접속도로 개량공사’현장의 하천 준설과 인근 소재 문화재 관련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공사가 강행되고 있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더구나 공사 발주처인 국토해양부 남원국토관리사무소의 공사감독관은 장기간 교육중 이라며 공사 관련 문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고, 군청 하천담당은 “시행청(남원국토)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문화재 구암정 훼손 우려, 구미교 교량 주위 준설, 2013년 5월 23일자 1면)

섬진강 하천골재 준설해도 되나?
섬진강 상류에 해당되는 동계면 구미마을 앞 구미교 부근 하천 바닥의 모래를 끌어내어 국도 21호선 도로 선형을 잡는 성토용으로 사용하는 ‘하천준설’공사는 지난 4월부터 이뤄졌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주민들은 (지난해 홍수를 의식) 하천 바닥을 더 파야한다고 난리(요구)다”고 기자의 취재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도로 구간 성토를 위해서는 약 7만5000루베(세제곱미터, ㎥)가 필요하다. 구미교 부근에서는 9000 루베 준설 허가를 받았다. 국가하천을 지역 주민들이 전답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천 점용허가도 없이 임의로 사용해왔다”며 “주 물량은 하천 고지대에서 충당한다. 문화재 발굴 조사는 다음 달 6월부터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하게 채굴하여 구미교 교각의 안전성이 걱정된다는 주민의 지적에는 주민의 민원을 해결해 준 ‘선행’인 듯 당당한 모습이었고, ‘불법 점용’한 하천 가장자리 토사 채취는 도로 개설을 위한 당연한 시공방법이라는 태도였다.
이 현장에서 일 했었다는 한 주민은 “공사 인ㆍ허가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으나 다리공사하고 하천 돌리는 공사인데 환경법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반 하천도 아닌 국가하천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면서 까지 공사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홍수예방 차원에서 준설이 필요하다면 더 깊고 광범위하게 작업해야지, 지금처럼 하는 것은 장난치는 수준이다. 다리 발(교각)이 훤히 보이는 굴착으로 홍수가 나면 다리가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간삼간 태운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작은 하천이나 저수지 준설현장에서 주로 일 해왔다는 이 현장 작업자는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국가하천 준설의 경우 이런저런 규제로 여간해서는 허가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다”며 “이 공사 구간은 널리 알려진 청정지역이고 수년전부터 섬진강 수계 시장ㆍ군수들 회의(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의 규제가 까다롭고 골재채취는 영원히 중단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처럼 마구잡이로 준설하는 것을 보며 위해조수 사냥허가 내주듯이 이제는 골재채취 허가도 내주는 것인 줄 알았다”며 “최근 상식으로 이와 같은 현상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 공사 현장의 섬진강 하천 골재, 토사 등의 굴착 및 성토와 관련한 사전 협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 군 건설방재과 하천계 관계자는 “국책사업으로 국가하천을 국가가 시행하는데 우리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 공사(국도21호선 구미교 등 접속도로 개량공사)에서 하천 관련 어떠한 사전 협의나 협조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달이 뛰어 노는 섬진강 상류 청정지역이고, 우리 군의 대표적 유원지인 장군목과 천년 전통의 남원양씨 집성촌에 소재하는 보물이자 유형문화제인 600년 고서 남원양씨종중문서, 문화재 자료인 구암정과 고려직제학 양수생 처 열부이씨려 등의 소재지인 구미마을의 초입에 있는 구미다리(교) 부근은 한 주민의 표현 그대로 “매우 상식적이지 않은 공사가 주민 일부의 요구에 배를 맞춰 아주 상식적인 양 자행되며, 마을 주민도 관계 당국도 자치단체까지도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수수방관하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더구나 구미교 부근 하천 골재와 토사의 채취량(공사 물량)이 얼마인지, 적법한 절차는 밟았는지,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의 승인은 있었는지. 이 공사를 지켜보는 지역 주민과 관계자들의 궁금증은 높아지나 이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 기관은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 보호·발굴 의지는 있나?
이 공사 발주처인 남원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 2011년 10월, 재단법인 호남문화재연구원(원장 윤덕향)이 실시한 ‘국도21호선 구미교 등 접속도로 개량공사 구간 내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확인된 유적에 대한 발굴(시굴)조사 현상 변경계획서를 지난 2012년 10월 순창군청(문화관광과) 담당 공무원의 확인을 받아 전라북도를 거쳐 문화재청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굴(시굴)조사 용역을 맡은 (재)호남문화재연구원이 약식보고서를 지난 4월 말에 남원국토관리사무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공사 구간 내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굴 조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 등은 예산이 수반되는 사항이며 시행청으로 부터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이뤄지는 사항이므로 발굴조사가 언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남원국토관리사무소가 문화재청에 낸 허가신청서에 따르면 발굴조사기간은 7일간이고, 현장 인근 6129제곱미터(㎡)를 시굴하는 비용은 3200여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공사 구간내 지표조사에서 토기, 기와, 자기편 등 유물이 구암정 인근 토지에 산재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그 후 시공 과정에서는 발굴조사 예정지 이외의 토지에서도 유물 등이 발견, 수습되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이라는 미명아래 공사는 중단 없이 강행되고 있다. 더구나 공사 구간에서 100m도 안 되는 곳에 600년 전통의 문화재인 구암정이 존재하고 있지만 안전시설도 보호시설도 없이 매일 굴착하고 성토하고 발파하는 모습에 남원양씨 후손들과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군)는 “국가하천에서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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