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는데 안타깝다”…이웃들 일손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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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았는데 안타깝다”…이웃들 일손 도와
  • 남융희 기자
  • 승인 2013.06.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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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7년차 복흥면 상송마을 이경로 씨, “늦깎이 결혼, 아이 셋이나 되는데…” 간암 말기

# 마을에서는 젊은 층에 속하며 트랙터 등 농기계를 가지고 있어 마을일을 도맡아 하는 친구입니다. 자신의 일보다 이웃의 일을 먼저 챙기는 착한 사람이지요. 나도 암 수술 받고 요양 중인데, 우리 어머니도 걱정을 많이 하시면서 도와 줄일 있으면 꼭 도와줘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며칠 후에 같이 병원엘 갈 겁니다.
# 늦깎이 결혼을 해서 아이도 셋이나 낳았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부가 서로를 위로하며 오손도손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친구의 간암 말기 소식을 접했을 때는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도울 방법을 찾다보니 뜻을 같이하는 지역 선ㆍ후배님들과 함께 일손을 돕기로 했습니다. 어서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전처럼 같이 일하는 시간이 빨리 돌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간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경로(48) 씨에 대한 복흥면 상송마을 주민들의 단상이다.  9년 전인 2005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어머니까지 병원생활을 하게 되어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귀농했다. 그 해 어머니도 아버지와 같은 세상으로 보내드렸다. 이듬해 2월 필리핀 국적의 사라제인티레솔로 씨를 만나 결혼했으며, 승민(7)ㆍ세민(6)ㆍ소안(4) 등 2남 1녀를 두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으나 늘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3만3000제곱미터(㎡)의 토지에 콩, 복분자, 배추, 벼 등을 재배하며 힘든 농사일을 묵묵히 해왔다. 농사일이 힘들어 몸이 이상을 느낄 때도 있었으나 일하는 사람이 피곤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을 찾기보다는 진통제 먹고 파스 붙이며 일에 푹 빠져 살아왔단다.
아픈 곳이 이쪽저쪽 옮겨 다니고 몸이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담인 줄 알았다. 지난달 인근지역 작은 병원에 갔다가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것”을 권유 받아 대학병원에서 검사결과 간암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막내둥이 소안이가 손도 잡아주고 약도 챙겨주며 재롱을 부리는데…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착한 아내를 볼 때면 늘 미안하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성질이 급해서 마음 속 깊이 갖고 있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잘 안 된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최근 가축을 기르기 위한 축사도 마련했다는 이 씨의 영농계획은 여의치 않게 돼 버렸다.  “일은 해볼 만큼 해봤기 때문에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없다”는 이 씨는 닭도리탕과 돼지고기 주물럭이 자꾸 먹고 싶단다.
이 씨의 딱한 사정을 접한 친구 강덕원(48ㆍ복흥 상송) 씨는 아픈 친구를 위해 면내 뜻을 같이하는 선ㆍ후배 20여명을 섭외하여 지난 16일 3500평 전답에 메주 콩을 심고, 비닐하우스를 정리하는 등 농사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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