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장] 편집국장의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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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장] 편집국장의 업무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1.05.2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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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5일 순창에 터를 잡고 열린순창에서 편집국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으로 근무를 시작한 지 4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게 어설픈 신출내기 순창 군민은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순창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무턱대고 다가가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로도 보도했습니다만, 저보다 며칠 늦게 순창에 온 전입신고 대자보를 쓴 이방인 군민도 만났습니다. 이 군민은 가슴 따뜻한 말을 전했습니다.

순창에 오니까 경쟁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군민들이 가지고 계신 걸 뭐든지 나눠주시려고 하고요. 순창이 참 좋습니다.”

지난 일요일(23), 기자 신분을 잠시 벗어나 서울에서 개인적인 일을 봤습니다. 30년이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많은 선후배들을 만났습니다. 그 때 행사 장소에 걸렸던 현수막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모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

현수막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 자리는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많은 선생님들께서도 함께 하셨습니다. 행사에 맞춰 선후배들이 엮어낸 책에는 기억과 추억, 공감과 연대, 따스함과 치열함, 사랑과 분노 등 감정과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과 새로운 다짐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순창에서 기자로서 낯선 누군가를 취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습니다. 감사하게도 대개는 가슴을 울리는 진한 감동의 이야기입니다. 100세 어르신이 그렇고, 92세 시인이 그렇고, 이름 모를 꽃과 나무에 행복해하는 군민이 그렇습니다.

아직도, 순창군의 행정이 어떻게 움직이고 군민의 삶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순창을 이해하고 군민의 삶에 동화되기까지는 아마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한 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맑은 주말 아침입니다. 편집 과정의 상황으로 분량이 잘려지고, 원고도 좀 다듬어 주신 거 같습니다. 시어가 한자 한자 그분의 삶의 표현이듯, 기계로 깎아낸 번지르르한 손잡이가 연장에 꼭 맞는 것은 아니듯 각자의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며칠 전에는 이런 항의도 받았습니다.

○○○ 문제 신문에 실을 겁니까? 안 실을 겁니까?”

언론에 글을 보내주시는 소중한 군민들이 계십니다. 편집국장으로서 글을 다듬을 때면 글쓴이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정에 쫓겨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있는 사실을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모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열린순창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찍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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