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쌀 그리고 대북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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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쌀 그리고 대북지원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0.11.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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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추석특집호’을 마감했다.

올해도 전 국민의 반 이상이 고향을 향해 귀성 물결에 몸을 실을 것이다. 예견된 번거로움을 마다않고 찾아가는 고향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두고 온 부모님, 정다운 소꿉친구, 조상의 묘소가 있는 곳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명절의 기쁨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추석을 맞이한 우리는 조상에게 성묘하고 평소 일에 쫓겨 소원했던 일가친척과 옛 친구들과 한가롭게 정담을 나누는 즐거움을 찾는다. 어느 해 못지않게 불황이라 만나는 사람마다 표정이 밝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반가운 정과 애틋한 바람을 나누는 이야기꽃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싱싱한 나무나 푸른 숲, 한 떨기 청순한 꽃을 보면서도 기쁨을 느낀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고향은 우리에게 행복의 원형을 의미한다”고 했던가. 사실 추석은 농경민의 명절이다. 또 우리들 대부분의 고향은 농촌이다. 비록 산업화로 많은 농민들이 농촌을 떠났고,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식량자급률이 2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의 뿌리가 농촌에 있고 그 농촌을 지탱하는 것은 농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 교수는 “전통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농에 있어서 농업은 하늘과 땅과 물의 조화를 이뤄내는 예술이며 신앙이며 정성과 혼이 깃든 생명의 창조과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논은 쏟아지는 집중호우를 담아내는 자연저수지이며 논에서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이루는 물과 논에 녹아든 유기물질은 벼에 영양분으로 흡수돼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아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농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시민을 위해서 후손들을 위해서 농업은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민족농업 생명농업을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적절한 대책과 지원을 통해 가능성 있는 산업으로 지켜내야 한다.

추석 보름달은 밝고 풍성하다. 사람들은 그 달빛아래 모여 앉아 이런저런 세상얘기 끝에 자연스럽게 정치문제에 도달한다. 요즘은 대통령, 국회의원에 보태 군수, 군의원 얘기도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린다. 인물평, 정책비교를 넘어 그와 관련한 신변얘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치인이든 공직자든 하나같이 존경받을 만 한 자가 없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참 슬프다.

쌀이 남아돌아 적재할 창고가 없는 형편이고, 20년전 쌀값보다 못한 요즘 쌀 1킬로그램 값으로는 햄버거 한 개도 못 사먹는다는데. 상황이 이러한데 남는 쌀을 사료로 사용할 것은 검토해도 굶주린다는 북녘동포에게 보낼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다. “쌀 50만톤 지원하라”는 농민들의 함성이 빗발쳐도 요지부동이다. 나도 농민의 자식이라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군수도 모두 새빨간 거짓말쟁이다. 북녘동포들을 우리의 이웃에서 지워버리도록 강제한 분단의 세월 탓만 하기에는 권력자들의 횡포와 좁은 소견이 원망스럽다.

농민의 아픔과 농촌의 어려움을 부둥켜안고 치유할 방도는 찾는 일에 나서야한다. 모든 위정자들은 “쌀값은 농민 값”이라는 자조를 지나치지 말고.

“대북 쌀 지원하라” “쌀값 보장하라” 원성이 깊으면 깊을수록 해결은 요원하다.

올 추석 하늘과 땅과 물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우리들의 고향이 살아남게 구원해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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