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악불전/ 잘못을 저지르고도 회개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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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악불전/ 잘못을 저지르고도 회개하지 않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3.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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怙 믿을 호 惡 악할 악 不 아닐 불 悛 고칠 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77

「춘추좌씨전, 은공 6년(春秋左氏傳, 隱公 6年)」에 나온다. 군자왈, ‘선불가실, 악불가장’ 기진환공위호, 장악부전, 종자급야(君子曰, ‘善不可失, 惡不可長’ 其陳桓公謂乎, 長惡不悛, 從自及也’) 군자가 말하기를 ‘좋은 일은 놓쳐서 안 되고, 악한 일은 커지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것은 진나라 환공을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악이 커짐에도 바르게 고치지 않으면, 화가 따라와 자신에게 미치게 되는 것이다.
도움을 받았고 능력이 좋다고 여겨 추천하였으나 검증을 받다보니 여기저기 구린 데가 나타난다. 의원들의 송곳 공세에다 사람들의 들끓는 비난을 등에 업고 여론이 뭇매를 때려대니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진 사퇴하거나 임명이 철회되고 마는구나! 그러나 때리는 의원나리나 비난하는 언론기자 너도 그 자리에 세워지면 과연 자신 있게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허기야 추천이 들어와도 고사를 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는데 겸양이 아니라 뭔가 뒤가 구리어 그런 것이라는 말이 대세다.  
옛적에는 일반 백성들은 잘못하였더라도 고치고 뉘우치면 용서가 되었건만 고위관료가 되려는 자에게는 보다 엄한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이다. 용서가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예 잘못을 하지도 않은 도덕군자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세상이 그런 흠결이 없는 사람을 추천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하지 않는데다가 설사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았다 하드래도 실타래같이 꼬여 있는 이 어려운 일을 풀어나가기엔 능력 부족이라고들 말한다.
큰 흠결이 아닐 것처럼 보이면 눈을 딱 감고 임명을 강행하고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나 봐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결국 타협이 된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젠가는 제발 흠결도 없고 능력이 되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추천되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춘추(春秋, 동주 전기, BC770-BC476)시대, 기원전 743년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왕이 된 후 3년이 지날 무렵, 衛(위)나라가 송과 진(陳)나라 등과 연합하여 정나라를 쳤다. 걱정이 된 장공이 위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던 진나라를 떼어 놓기 위해 급히 사신을 진나라에 보내 연맹을 맺고자 하였다. 
그러나, 진나라 환공(桓公)은 오히려 정나라와 관계를 갖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의 동생 진오부(陳五父)가 걱정스러운 낯으로 간언하였다.
“이웃 나라와 친하게 지내며 인애를 다하고 사이를 좋게 하는 것이 나라를 세우는 근본이라고 봅니다. 정나라의 요청을 받아들이심이….”
“아닐세,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송과 위는 모두 우리가 대적하기가 제일 두려운 큰 나리이지만 정나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가 아니냐? 제까짓 게 어떤 일을 벌인다 한들 우리 진나라를 어찌 당해 내겠는가?”
환공이 이처럼 연맹을 거절하니, 장공이 알고 크게 노하여 절치부심하며 국력을 키우고 군사훈련에 힘썼다. 얼마 후 장공이 마침내 기회를 잡아 군대를 이끌고 진나라를 쳤다. 장공을 우습게 봤던 환공, 황급히 나서서 막았으나 중과부적인데다 이웃 나라들도 도와주지 않아 결국 크게 참패하고 말았다.  
훗날 사학자들이 이 일을 두고, ‘선한 일은 놓쳐선 안 되고 악한 일은 키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으니, 이는 아마 진나라 환공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악을 키우면서 고치지 않으면 곧 이어 화가 자기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그때 가서 살려내려고 한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書經(서경)》에 이르기를 악이 번지는 것은 마치 불길이 벌판에 번지는 것과 같아 가까이 갈 수도 없는데 하물며 다 꺼버릴 수 있으랴?’라고 비평했다. 또 전국(戰國, 동주 후기, BC475-BC221)시대 주(周)나라의 대부 주임(周任)이 ‘국가를 다스리는 자는 악한 일을 보면 농부가 열심히 김을 매듯해야 한다. 농부는 잡초를 모조리 뽑아 한 쪽에 쌓아두고 그 뿌리를 없애 뻗지 못하게 한다. 그와 같이 하면 착한 것이 잘 뻗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성어 호악부전(怙惡不悛)이 만들어졌다. 여기에다 앞서의 「서경(書經)」에 나오는 요원지화라는 성어를 같이 사용하여 ‘무릇 나라의 군주 된 자는 잘못을 저질렀으면 스스로 뉘우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 벌판에 번지는 사나운 불길과 같이 한번 번지기 시작한 악은 끄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쁜 일에 대해서는 농부들이 잡초를 뽑아버리듯 그것이 다시 자라지 못하게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는 뜻을 주었다. 즉 군주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군주 된 자의 도리를 일깨우고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로 쓰게 된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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