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감시하는 행정, 행정눈치보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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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감시하는 행정, 행정눈치보는 어른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4.04.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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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는 올해 5살 된 조카가 하나 있다. 첫 조카라 남다른 애정이 있고 조카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조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삼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그 중 제일 많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정직’을 강조하고 ‘비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자신인 얼마나 부끄럽고 비겁한 행동을 하는지 잊고 산다. 안타깝고 한심하고 화가 난다.
우시장 이전 부지와 관련해 이장회의에서 대부분의 이장들은 강하게 반대의사를 밝혔고 일부 이장은 반대 행동의 조짐도 보였었다.
최초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3월 12일로 약 40일 정도가 지난 지금 반대의사를 강하게 보였던 이장들 대부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앞에 서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주된 이유다.
행정과 축협에서 반대하는 이장님 하분 한분을 설득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풍문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많고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이장회의 분위기를 기억하는 사람은 일부 이장은 알아서 눈치를 보고 알아서 물러서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읍내 주민 삼삼오오가 모이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총대를 메려는 사람’은 없다. 사회단체도 행정의 눈치를 보기 바쁜 모양새다. 한 사회단체 회의에서는 행정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는 소문도 있다.
정말 안타깝고 한심하고 화가 난다. 그런 어른들이 도대체 어떻게 자식과 후손에게 정직을 강조하고 비겁을 나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더구나 지난 22일, 읍내 모처에서 ‘우시장 대책위’를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을 <열린순창>과 연관시켜 그 날 모인 주민(이장과 사회단체장)들의 뜻을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폄하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황숙주 군수 측에서 이날 주민들의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과 규모, 내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젊은이 한 분을 참석하라고 지시하고 그 보고를 받았다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지금이 군사정부시절도 아니고… 하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그를 감사하라는 국회의원의 요구(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에 “효율적 감사가 어렵다”고 답변하는 나라의 하급기관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는 일이니 “비겁하고 한심한 치졸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조소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 날 대책위에 참가한 어른들은 그 젊은이를 “젊은 사람이 이런대 관심도 갖고 기특하다”고 여겼단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황 군수 측에서 보낸 사람이라니 황당하고 한심하다.
이런 사태에 대해 한 지인은 순창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했다. 자기들끼리 얘기해서 정하고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고 비난하는 표현이었다. 그는 젊은이로서 자기도 부끄럽고 반성된다고 말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정직과 비겁과 그릇된 일을 가르칠 수 있는 진정한 어른들이 많아야 사회가 바로 선다. 기자는 첫 조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삼촌이 되기 위해서라도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행정이 주민을 하부조직 따위로 생각하는 일이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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