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할머니, 순창고추장 기능인증서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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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할머니, 순창고추장 기능인증서 1호
  • 김민성 위원
  • 승인 2010.11.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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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알싸한 고추장 맛 7대째 가업 잇기

순창전통고추장협회 초대회장으로 있으면서 전통고추장 정착에 큰 기여를 한 문정희(83) 할머니는 1987년 고추장 품평회 1위를 차지하며 순창고추장 기능인정서 1호를 받았다. 열일곱에 시집와서 2003년 며느리에게 넘겨줄 때까지 60여년간 고추장을 담갔다. 문정희 할머니표 고추장은 전통의 맛을 최대한 지킨다. 재료도 계약 재배한 국내산만을 사용한다. 소금도 1년전 미리 구입, 간수를 뺀 천일염이다. 정성과 노력이 듬뿍 들어간 맛에 이제는 과학을 접목했다. 6대째인 며느리와 전북대 분원 식품생명공학과에 다니는 7대 손자가 가세해 3대가 함께 만든다.

- 고추장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 고향이 남계리입니다. 열일곱에 시집을 오게 되면서 시댁에서 고추장을 담갔습니다. 친정에서는 정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오냐오냐 귀하게 자라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오게 됐지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실수도 하고 혼나기도 혼났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고추장 솜씨가 좋아 이름깨나 있었는데 이때 남창여관, 한일여관에서 주무시는 분들이 한통, 두통 알음알음 사 가져갔습니다. 저희 집 고추장은 전통비법을 최대한 고수합니다. 쌀을 담가 술밥을 쪄서 소금물을 섞어 주고 촉촉이 익혀 절구에 쳐서 메주가루와 고춧가루를 섞어 고추장을 담그는데 예전에는 양지바른 마루 끝에서 저어가면서 소금을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보면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커져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저희들은 이런 제조과정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합니다.

- 고추장 가업 잇기가 7대째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제가 그만두고 큰 며느리(신혜란 대표)와 손자(김세혁)가 잇고 있습니다. 2003년 그만두고 한 2년 돕다가 지금은 며느리가 도맡아 하는데 아주 잘합니다. 요즘 사람들이다보니 손님 입맛에 맞게 과학적 분석으로 접근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흐뭇합니다. 여기에 손자가 함께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손자는 현재 전북대순창분원 식품생명공학과를 다니며 공부하고 있으니 날개를 단 셈이지요. 둘 다 효자이구요. 항상 제 안부를 묻고 제 걱정을 해줍니다. 이제 걱정 없습니다.

- 문정희 할머니표 장맛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 톡 쏘는 알싸한 맛입니다. 충분히 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저희는 10월부터 3월 사이 추운 날씨에 고추장을 담가 최소 1년 이상 발효과정을 거칩니다. 이래야 제 맛이 나거든요. 짜도 짜지가 않고, 맵도 맵지가 않습니다. 또 하나 특징은 되고 진합니다. 물론 방부제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햇콩, 찹쌀, 고추, 겉보리 등 재료는 계약 재배한 국산만 사용하고 소금도 천일염만 사용합니다. 소금은 1년 전에 구입해서 간수가 쫙 빠진 것만을 사용합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싸메주(고추장용 메주가루)입니다. 음력 처서 전후에 콩 60%, 쌀 40%를 넣고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처마에서 자연건조와 발효를 시킵니다. 한달간 메달아 놓은 후 이것을 쪼개보면 노랑곰팡이가 아주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이것이 주재료라고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순창기후의 오묘함이 숨어있는데 안개가 많은 이곳에서 습과 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발효를 거친다는 것입니다.

- 전통고추장을 얘기하다보면 공장고추장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걱정 안합니다. 스스로 분리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재료가 다르고 맛이 다른데 그것이 비교지요. 식당에서는 영리가 중요하므로 공장고추장을 쓸 것이고, 가정에서는 전통고추장을 먹을 것입니다. 공장고추장이 전통고추장 흉을 내고 싶어도 절대 될 수가 없습니다. 민속마을도 자기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에 부탁한다면 보조를 확대해줬으면 합니다. 시설투자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규모가 작은 전통고추장에서 이런 것을 모두 담당하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 고추장 담그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잖아요. 어떠셨어요.

△ 정말 고된 일입니다. 정성껏 해야 하는 일입니다. 대충해서는 맛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성의를 다 쏟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옵니다. 장맛이 좋아야 장아찌 맛도 좋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20여 가지가 넘는 장아찌를 만드는데 더덕은 4번, 무는 6번 고추장이 들어갑니다. 고추장 맛이 좋아야 가능하겠지요. 이런 정성과 노력 덕분인지 몰라도 외국 사람들도 먹어보고 아주 좋아하고 사갑니다. 이런 광경을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세계화되고 성공적이라는 생각에 피로가 싹 가십니다. 앞으로도 우리 고추장 맛이 외국인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번 사간 사람들이 맛을 잊지 않고 전화로 인터넷으로 재 주문 해주신 것도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며느리하고 손자가 더 노력할 것입니다.

- 열일곱 시집와서 60년 고추장 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며느리에게 넘겨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즐거운 일도 많았겠어요.

△ 제일 즐거웠던 때는 1987년 전통고추장 품평회에서 1등 할 때였습니다. 순창고추장 기능인정서 1호입니다. 그 전에 1986년에 순창전통고추장협회가 만들어져 제가 초대회장으로 있으면서 순창전통고추장을 알리던 때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 일에서 떠나셨는데 어떻게 보내세요. 앞으로 계획과 소망도 말씀해주세요.

△ 오전에는 병원가서 물리치료하고 침도 맞고 오후에는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아요. 오랫동안 쌓인 과로 때문인지 몸이 안 좋았는데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소망은 우리 며느리가 하고 있는 고추장 사업이 번창하는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며 전통의 맛을 고수하며 그 동안 쌓아온 명성을 지켜가며 잘 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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