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살아남은 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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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살아남은 자의 몫
  • 고세천 원불교 교무
  • 승인 2014.05.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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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천 원불교 순창교당 교무

온 국민을 침통과 울분으로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로 인해 피어나지도 못한 수많은 꽃송이들이 바다에 던져졌다. 생각하기도 싫고 진저리 쳐지는 아픔이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다. 원인과 결과 그리고 사고에 대한 책임, 처벌을 넘어서 우리들 모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에 그동안 우리들이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점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고가 난지 보름이 지났지만 상처가 치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희생된 고인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 아울러 참사의 공범이 된 우리들 즉 ‘살아남은 자들의 몫’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희생을 값있게 하기 위해서 기성세대인 나의 잘못을 찾아본다. 나는 아이들에게 권위적이고 위압적이지는 않았는지, 내가 이루지 못한 열등감을 내 아이를 통해서 보상받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우리세대인 1960년생들은 권위와 암울의 상징인 군부독재에서 ‘민주화’를 이루고 권위의 타파를 가져왔다. 그런데 말이다. 이율배반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다시 권위로의 줄을 세우고 있다. 나는 못 이루었으니 너는 이루기를 바라며 무한 생존경쟁에 아이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공부를 못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음에도 공부를 못하면 사회에서 낙오되는 것처럼 입시경쟁에 내몰고 있다. 그렇게 공부가 좋으면 부모가 하면 된다. 밤 12시까지 학원에 다니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할 부모가 몇 명이나 있는가?
두 번째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고 가르쳤는데 그 어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찾아본다. 어른이 왜 어른인가? 아이들을 자비(慈悲)로 보듬기에 어른이다. 자(慈)는 댓가 없는 무한사랑이다. 비(悲)는 안타까움이다. 철없는 아이가 칼로 제 몸을 찔러 고통스러워하면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어른이다. 나무라고 책망하는 것만이 어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어른이 너무 나약했고 무능했고 비겁했다. 우리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필요하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무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어른은 변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어른 한사람만 있어도 이 사회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게 된다.
세 번째 나의 잣대로만 재단하고 나의 품으로만 안으려 했던 아량 좁음을 반성한다. 칼 지브란은 말한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그들은 자기 자신을 갈망하는 생명의 아들, 딸이라고.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은 주어도 좋지만 당신의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육체는 집에 가두어도 좋지만 정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내가 살아온 삶의 배경과 아이들이 살아갈 삶의 궤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는 아날로그로 살아왔지만 아이들은 스마트 디지털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하나의 지구촌으로 국경과 민족의 울타리가 무너진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내가 살아왔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조언해 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함에도 아이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려 했다. 아이들은 나보다 유능하고 똑똑하다. 그러므로 나의 미래이다. 그 삶을 구속하진 말아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은 다가왔지만 그 가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무 아쉽게 보냈다.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안전하고 탄탄대로로 간다는 옛 속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성세대인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하여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간직한 끼와 적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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