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신월마을 ‘류승규’ 이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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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 신월마을 ‘류승규’ 이장님
  • 황의관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4.05.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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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이장수당 모아 마을기금 적립

▲적성 신월마을 회관과 모정 앞. 류승규 이장님과 마을 주민들은 매월 청소의 날을 정해 마을을 정비하고 있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장님이시죠. 어디 가도 만나기 어려운 분이라고 마을 분들이 칭찬 많이 해요.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며 봉사하는 분이세요.”
상추를 뽑아 집으로 들어가던 김명자(64) 씨의 마르지 않는 칭찬의 주인공. 적성 신월마을 류승규(79) 이장님이다.
올해로 6년째 마을 이장을 맡아 일하는 류승규 어르신은 적성에서 소문난 이장님이다. 김수곤 적성 부면장은 “마을을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일보다 앞선 분이다. 주민 화합에도 애쓰시고 클린순창 마을가꾸기에도 열성적이시다”면서 “노인회장 재직 때도 지역 어른으로서 모범적으로 어른공경ㆍ내리사랑을 실천하셨다”고 말했다. 이처럼 칭찬을 받는 이유는 여든을 바라보는 지긋한 나이로 이장을 맡아 꼼꼼하게 마을 일을 해결하면서도 매월 나오는 이장수당을 꼬박꼬박 모아 모두 마을기금으로 적립하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아침, “마늘밭에 나가는 참”이라는 어르신을 만났다.
류승규 이장은 1977년 새마을사업 취락구조 개선마을로 조성된 신월마을의 최초 입주민이다. 적성 모산마을이 고향인 그는 공무원생활을 하는 동안 면사무소 호적계장을 맡으며 새로 생긴 신월마을에 입주민 모집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제2의 고향 신월마을로 이사를 결심했다. 지금은 22가구에 45명이 살고 있지만 그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 맨 처음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첫 번째 주민이었다고. 마을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큰 그는 “77년도에 만들어진 우리 마을은 혈연으로 뭉쳐진 다른 마을들과 달리 여러 지역에서 하나 둘 온 사람들이 많아서 하나로 뭉치기 어려웠다. 그래서 마을을 하나로 뭉쳐보자 하는 마음에 2009년 이장을 맡았다. 주민들에게 내가 이장을 한 번 해보겠다고 하면서 이장수당은 부락 기금으로 적립하겠다고 말했다. 기본 수당 20만원과 매월 이장회의에 참석하면 나오는 수당 4만원, 농협에서 나오는 돈 6만원, 명절 상여금 까지 하면 1년에 딱 400만원이 연봉이다. 6년 째 모아서 마을기금으로 적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류승규 이장은 “한 번 내뱉은 말은 책임져야 한다.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불통이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6년 동안 변함없이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봉사해 온 이유도 ‘내가 해보겠다’고 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장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면 마을 주민들이 잘 따라준다. 회의 때마다 자유롭게 모두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서 토론을 하는데 마을의 앰프를 새로 설치하거나 씨씨티비(CCTV)를 새로 놓고 청소 도구들을 사야 할 때도 주민 부담이 없이 마을기금으로 구입을 하니까 모두 잘 동참해준다”고 말했다.
매월 2일 ‘마을 청소의 날’을 정해 아침부터 모든 주민이 나와 청소를 함께 하는 신월마을은 깨끗한 마을로 유명하다. 류승규 이장은 “신월마을 주민실천사항을 모정에 붙여놓고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서로 지키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깨끗한 마을을 위해 담장 너머 골목으로 뻗어 나온 가지들을 정비하고 도로변에 방치된 비료 포대와 통나무, 잡풀을 제거하기도 했다. 요즘은 마을회관 앞에 놓인 분리수거함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 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장님에게 모두가 칭찬을 마다 않지만 단 한사람, 아내인 정선례(74) 씨는 쌓인 게 많다. “일주일이면 닷새는 나간다”고 투덜대지만 사실은 든든한 지원군. 류승규 이장은 “크게 농사를 많이 짓는 것도 아니고 마을 일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 자식들도 결혼 다 해서 큰 돈 들어갈 일도 없고 연금이 나오니 용돈벌이는 된다”면서 “살아가는 게 재미다. 이장을 맡고 있으니 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도 잘 알 수 있고 좋다. 나는 내 원칙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잘하고 못하고의 판단은 내가 아닌 옆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꼼꼼하게 정리된 회계서류들과 마을 회의록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자부심과 책임감이 엿보이는 류승규 어르신. 그는 “앞으로도 마을에 해야 할 일이 많다. 둑에 개나리도 예쁘게 심어야 하고 양수장 취입보도 큰 물 지면 언제 터질지 모르니 콘크리트로 해야 한다”며 자나 깨나 마을 걱정이다. 열정으로 가득한 그의 마을 사랑이 주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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