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월호 이후, 우리 삶은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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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월호 이후, 우리 삶은 바뀌어야 합니다
  • 김선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5.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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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구조 되었다네요, 정말 다행이예요!” 16일 정오 무렵, 라디오 방송의 경쾌한 여자 디제이 멘트로 사고를 알았습니다. 어이없는 오보로 시작된 봄날의 아픔이 이리 깊을 줄 몰랐습니다. 속수무책으로 TV 화면에서 아이들의 죽음을 봅니다. 실종자의 안타까운 사연과 부실한 구조 상황, 은폐되는 진실 역시 매일매일 전해 듣고 있습니다. 어느 죽음이 덜 아프고 더 아프겠냐마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오열은 며칠 이상 참고 보기가 힘이 듭니다. 네모난 시멘트 학교에 갇혀 웃음도 활력도 잃은 아이들의 여행길이 그저 즐겁고 유쾌하였으면 되었을 것을, 학교가, 이 나라가 아이들에게 참으로 못할 짓을 하였습니다.
저희 8살 딸은 그럽니다. “선장이 먼저 나왔다고 꼭 벌 받아야 돼? 안 나오면 선장도 죽잖아.” 아이의 눈에는 선장도 고등학생 언니들도 죽어서는 안 될, 같은 사람으로 보이겠지요? 어른 된 이의 역할과 책임,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해 아직은 알지 못하는 나이라 그런가봅니다.
그리고 매사에 조심성이 많은 아들은 불안이 더 커졌습니다. ‘티비에서 보는 사고는 극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며 대부분의 경우는 신중한 어른들에 의해서 위험이 잘 수습되고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며 위로하려는데, “엄마는 날 사랑하지만 다른 어른들은 아니잖아요?” 라고 되받습니다.
평소에도, 쓸데없는 공부로 자신들을 학교에 가두고 모든 시선을 교과서에 묶어 둔다고 생각했을 우리 아이들이 이번 사고 과정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을 돌보아 주고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해주는 사람이 제 주위에 몇이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아직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도 판단력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가혹한 고민입니다. 돈도 힘도 정보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 가졌다는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도 해결할 수 없는(보는 이에 따라서는, 해결하지 않는) 일이 세상에 널렸다는 것을 아이들이 믿어버리지는 않을까요? 아이들을 위해 한다는 모든 것이 다 거짓일 수 있겠다고 믿지는 않을까요? 내가 딛고 걷는 바닥이 언제 깨어질지 모르고 나를 삼킬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저는 사고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모든 희생자를 애도함과 동시에 ‘살아남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을 위해, 살아있는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해봅니다.
‘살아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어야 합니다.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있는 모든 공간, 학교든 유치원이든 달려가 말해주어야 합니다.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살얼음 위가 아닌 탄탄한 마룻바닥이며, 설사 넘어져도 누군가 달려와 아픈 곳을 어루만져 줄 것이고, 또 넘어지기 전에 이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미 너는 너로서 충분히 소중하므로 누구든 그렇게 도와줄 것이라고, 믿게 해야 합니다. 어리니까, 가난하니까, 공부를 못하니까, 촌에 사니까, 엄마의 나라가 다르니까 등등의 이유로 너를 소홀히 할 사람이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세상엔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 훨씬 많으며, 좋은 직장과 지위를 얻지 않아도 너희를 이 사회의 일원으로 소중히 받아들이는 마음이 훨씬 크다고 말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은 거짓말입니다. 정 반대의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우연찮은 희생자’가 아닌 ‘아직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그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인명을 하찮게 저버린 이들과 달리,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 삶이 그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언제든 쉽게 버려지고 포기할 아이들이 아니라는 걸, 살아있는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삶의 방식과 사고를 바꿈으로써...
지난 주 내내 공공도서관 앞에 차려진 민간 분향소에 아이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아이들은 슬픔을 넘어 분노에 차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불의의 사고는 생길 수 있지만 왜 그것을 망연히 바라 볼 수밖에 없냐는 것이지요. 욕도 하고 간절한 기도도 해보지만 쉬이 삭힐 수 없는 감정입니다. 슬픔이 독이 되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의 정점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유족과 그 이웃과 온 국민에 존경을 표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 수습 과정을 보여준 이 정부와 믿을 수 없는 언론도 더 이상 이 슬픔을 욕보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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