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우충수/ 끼어들어 숫자만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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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우충수/ 끼어들어 숫자만 채우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5.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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濫 넘칠 람 芋 피리 우 充 채울 충 數 셀 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1

강의를 하다보면 학생들 중 열 명 중 두세 명은 열심히 하고 두세 명은 그저 시간만 때우려 하고 나머지 대여섯 명은 관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명 강의로 소문이 나게 하려면 우선 이 관망파 대여섯 명을 열심히 하는 그룹으로 옮기는 게 필요하다. 따르지 않는 두세 명까지 챙기려면 피곤할 뿐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우므로 포기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A학점 남발을 막기 위해 배점비율을 부여하므로 여간 열심히 하지 않으면 B학점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좀 열심히 한 학생은 다행히 두세 명의 게으른 학생 즉 남우충수(濫竽充數)한 자(B, C학점)가 있으니 A학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C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훗날 그의 이름이 실무선에서부터 면접시험대상자 명단에도 오르지 못하고 탁자 밑으로 내려지는 꼴을 보게 되는데…, 문제는 그들이 지금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말해줘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한비자ㆍ내저설상편(韓非子ㆍ內儲說上篇)」에 있는 말이다. 민왕립, 호일일청지, 처사도(湣王立, 好一一聽之, 處士逃) : 민왕이 즉위하여 일일이 들으려 하니 그 자가 도망갔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제(齊)나라 선(宣)왕이 피리소리를 무척 좋아하였다. 특히 합주를 좋아하여 영을 내려 피리를 잘 부는 사람 300명을 뽑아 궁 안에서 피리를 함께 불게 하였다. 남곽(南郭)이라는 사람이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악대 안에 들어가 밥이라도 얻어먹으며 겸하여 피리도 팔아 볼까하고 응모하였다. 시험관이 각 응모자들에게 한 두곡을 불게 하였는데, 남곽의 차례가 되자 아주 오만한 표정을 짓고 시험관을 경시하는 투로 말하였다. 
“나 같은 고수는 왕 앞에서나 부는 것이지 너희들 같은 보통사람 앞에서 불수야 없지. 감히 여기에서 나를 시험하려 하다니!”
시험관이 그의 말투와 태도를 보고 정말 고수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나중에 이 고수한테 밉보일까봐 들어보지도 않고 그만 합격시켜 버렸다.
이후 몇 년간 남곽은 300명의 악대 속에서 아주 피리를 잘 부는 것처럼 모양을 내었기 때문에 마각(馬脚)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왕이 죽고 아들 민(湣)왕이 즉위하였다. 민왕도 피리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합주보다는 독주 듣기를 좋아해 300명의 단원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왕 앞에 나와 부르게 하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이 왕 앞에서 자기의 실력을 뽐내려고 각자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곽은 이러다간 정말 본색이 드러날 것이 틀림없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자기의 순서가 오기 전에 한밤중에 슬그머니 궁을 빠져 나와 줄행랑을 쳤다. 
이 성어는 ‘재능이 없으면서 끼어들어 머리 숫자만 채우다. 눈속임하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다’는 것으로, 재능도 없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비유하였다.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인사말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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