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강중건/ 강해 보이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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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강중건/ 강해 보이긴 하나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07.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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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 밖 외 强 강할 강 中 가운데 중 乾 마를 건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84

“아니, 이럴 수가! 흰 수박도 있나?”
베이징 시절 어느 해 늦여름, 대사관 직원들의 단합을 위해 부부동반으로 만리장성의 한 봉오리에 오르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를 반긴 사람은 수박을 파는 농부였다. 대사부인이 다가가더니 나를 불렀다.
“산에 올라 쪼개 먹으면 맛있겠네요. 농업을 잘 아는 정 참사관이 한 번 골라보세요.”
순간 나는 당황했다. 사람들은 농작물 재배도 다 나의 전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명을 받았으니 어쩌랴! 전문가인 척 수박을 두드려 보고는 주인에게 정말 잘 익은 것이냐고 다시 확인을 하고…, 다섯 덩이를 나눠 멨다. 무거웠다.
두 시간에 걸쳐 산에 올라온 수박! 마침내 자리를 펴고 수박을 쪼개기 시작했다. 흥부가 박을 켜는 심정으로 기대를 잔뜩 가지면서 말이다. 그러나…, 쪼개는 것 마다 모조리 하얀 수박이라니!
허탈하고 부끄러운 내 귓전에 맴도는 소리, 외강중건(外强中乾! 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중국농업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온다. 외강중건, 진퇴불가, 주선불능, 군필회지(外强中乾, 進退不可, 周旋不能, 君必悔之) : 이 말은 밖으로는 강하나 안으로는 약하여 앞뒤로 오갈 때 빠르지 못하므로 왕이 틀림없이 후회할 것입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진(秦)나라 목공(穆公)이 군대를 이끌고 진(晋)나라를 치자, 진(晋)나라 혜공(惠公)도 직접 군을 이끌고 나와 목공의 공격을 막게 되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혜공이 정(鄭)나라에서 낳아 길러진 준마로 자기의 전차를 끌도록 하였다. 이를 본 대부(大夫) 경정(慶鄭)이 참지 못하고 혜공에게 간언하였다.
“전쟁을 할 때에는 반드시 본국의 말(馬)을 써야 합니다. 본국의 물과 땅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주인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므로 어디에다 풀어 놓아도 아주 말을 잘 들을 것입니다. 전투에서 위급한 상황이 되면 외국의 말은 평상심을 잃기 쉽습니다. 제가 보기엔 저 말은 외관상 강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기력이 쇠약하여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남을 신속히 할 수 없고 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빠르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타시고 나가셨다간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 같으니 제발 우리나라의 말로 바꿔 타십시오.”
그러나 혜공이 고집을 피워 경정의 권고를 듣지 않고 전투에 임하였다. 전투 개시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 말이 갑자기 겁을 먹고 이리 저리 제멋대로 뛰어 다니는 바람에 제대로 부릴 수가 없어 결국 혜공이 진나라 목공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밖으로는 강해 보이나 속은 허약하다’는 뜻을 가진 이 성어는 체격은 좋아졌으나 체력은 떨어지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비유하는 말이 될 수 있겠다. 우리가 평소 잘 쓰는 외유내강(外柔內剛)과는 상반된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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