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에서 시작하는 실천’
상태바
‘사소함에서 시작하는 실천’
  • 임은서(쌍치중 3년)
  • 승인 2014.07.11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타리문학상 최우수상

건강한 우리 지역을 만들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담배꽁초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거였지만 내가 주워 쓰레기통에 버림으로써 길거리가 훨씬 더 깨끗해진 느낌이었다. 나 하나의 사소한 노력으로 일궈낸 일이라니. 나는 좀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찾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중학생인 내가 대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걸까. 처음엔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지역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게 굳이 환경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것 역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학교의 소개를 통해 요양원으로 자원봉사를 가게 되었다. 그곳은 각종 노인성 질환, 특히 치매 노인들이 많이 계시는 곳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어 친구와 함께 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서우시지는 않을까, 거기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요양원을 들어서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내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은 말벗이 되어드리는 일이었다. 내가 아직은 낯선 분위기에 눌려 어색해하자 자원봉사하시는 분께서 편하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제일 가까이 계시는 할머니께 말씀을 드려보았다. 간단히 나를 소개하고, 나의 학교,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할머니께도 여쭈어 보았더니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는 어르신들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여러 분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어떤 어르신은 병이 깊지 않으셔서 완전히 내 말을 알아들으시는 분도 계셨고, 또 어떤 어르신은 치매로 인해 인지능력이 없어지셔서 성함조차도 잘 말씀하시지 못하시는 분도 계셨다. 또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지만, 그 분들의 말씀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꾸 말을 하려고 시도하다 보니 가끔 내 말을 알아들으셨고 또 나의 말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대답해주기도 하셨다. 말벗이 되어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며 나는 어르신들과 친밀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고, 집에 계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더 성심성의껏 봉사활동을 하였다. 손자, 손녀 같았던 우리들이 반가우셨는지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사진도 찍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도 많이 들었다.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에 왔다.
그 후에 혼자 요양원을 찾아가 청소도 하고, 어르신들 기저귀를 가실 때 도움을 드리고 하였는데, 거기 계시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너무 친절하셔서 별 어려움 없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나는 자원봉사자 분들과 같이 식탁에 식사 용구를 놓는 등 식사 준비를 하고 혼자 식사를 못하시는 어르신들께 밥을 먹여 드렸다. 그분은 몸이 옆에 계시는 다른 분들보다 편찮으셔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계셔야 하는 할머니셨는데, 할 일없이 가만히 계시는지라 식사시간을 매우 손꼽아 기다리신다고 하셨다. 그 할머니께서는 내가 떠 드리는 밥을 연신 맛있다면서 고맙다는 말을 재차 하셨다. 안타깝기도 하면서 또 맛있게 드셔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매번 찾아간 할머니가 계셨는데 새해인데도 자식들이 찾아오지를 않아서 혼자 멍하니 창밖만을 바라보고 계셨다. 자식들 얼굴을 본지 3년도 넘었다고 하셨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살짝 화나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신경이 쓰여 찾아갈 때마다 그 할머니의 안부를 먼저 묻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식혜를 한 캔씩 사 갔었다. 또 할머니께서 무릎에 관절염이 있으셔서 다리를 주물러드리기도 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쪄냐면서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안마를 해드리고 나니 통증이 완화됐는지 껄껄 웃으며 재차 고맙다고 하셨다. 자원봉사자 분들께서 할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계시는데 이 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나를 기다리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며, 그 학생이 오려면 얼마나 남았느냐며 아침마다 묻는다고 하시고는 요새는 옆 침대 어르신과 이야기도 자주 하고 많이 웃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할머니께서는 치매가 있으셔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갑자기 생뚱맞은 질문을 하거나 넌 누구냐면서 화내기 일쑤라 약간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나를 기억 못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봉사 마지막 날 할머니가 날 부르시더니 손을 가만히 쓰다듬어주시면서 식혜 잘 먹었다고 내 손녀 같았다고 고맙다고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조용히 손을 쓰다듬으며 식혜 한 캔을 내 손에 쥐어주셨다. 알고 보니 내가 준 식혜를 드시지 않고 아껴두었다가 주신 거였다. 나를 기다리고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도 감사했고, 가슴이 참 뭉클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할머니를 찾아가 말벗이 되어드리기도 했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고 나면 어렵지 않다. 내가 우연하게 발견한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 후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사소한 시작으로나마 자원봉사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원봉사라 하면 일반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고, 동정심이 많으며,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생활에 곤란을 당하는 사람과 사회복지시설의 입소자 등을 돕기 위해 무료로 행하는 자발적 행위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려는 자발적인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나와 내 이웃을 넘어 타인을 위해 땀 흘리는 봉사야말로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사회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우리 모두가 작은 점 하나하나부터 찾아 하는 자원봉사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 100주년 기념식 ‘새로운 백년 기약’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카페 자연다울수록’ 꽃이 일상이 되는 세상
  • 순창 출신 선일균 씨 변호사 합격
  • 순정축협 이사회 ‘조합장 해임 의결’
  • ‘청년 근로자 종자 통장’ 대상자 49세까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