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고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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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고향이 그립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0.11.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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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중추절. 한가위. 달이 밝다.

새 길이 많아졌고 임시로 뚫린 새 길은 더 많아 올 추석 귀성길은 무난했다고 한다. 허나 나는 고향에 오는 길이 붐볐다고 생각하고 싶다. 고속도로도 이름 모를 샛길도 바다도 하늘도 모두 귀성객들로 가득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객지에 살다 명절에 고향을 찾던 길은 언제나 기나긴 고통의 행렬이었다. 그러나 그 길이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흥겨움마저 있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이었고 어머니처럼 자상했고 포근하고 정겹고 때론 애잔했기에 고향 샛길 돌부리에 채여도 싫지 않았다.

꼬불꼬불했던 논둑이 자로 재듯 반듯해져서 낯설었다. 허나 그 낯섦조차도 정겨웠다. 고향은 변치 않는 옛 친구였다. 힘껏 뛰놀던 그 놀이터에 공동작업장이 세워져 있어도 그 때 그 시절의 옛 동무가 고향에 아직 남아있는 것처럼 변함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두터운 사전보다 담뱃값만한 전자사전에 의존하는 사회. 지구 반대편의 상황을 금세 알 수 있는 세상. 영리해진 인간들이 더욱 영악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부끄럼보다는 뻔뻔함으로 무장해야 잘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나 고향은 해맑은 꿈이 있었던 시절을 문득 깨닫게 한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삶이 얼마나 허무하고 무서운 일인가를 깨닫게 한다. 자연과 손잡고 살아가는 공존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공격과 배타보다는 포용과 통합이 우위에 있음을 가르친다. 단절과 분화된 개인주의가 화합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공존주의를 앞설 수 없다는 진리를 알게 한다.

개인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는 공동체정신과 이웃사랑이 남아있는 고향은 우리의 마지막 안식처이어야 한다. 고향이 미래의 땅이 되기 위해서는 붐벼야 해야 한다.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는 미래의 땅이 될 수 없다. 무작정 선진방법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미래의 땅을 준비할 수 없다.

기업유치도 지역축제도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지금처럼은 안 된다. 붐비지 않는 고향은 붐볐던 고향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살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고향을 찾는 길이 고통스러웠지만 그 시절 고향에는 어머니의 자애로움과 친구의 미더움과 스승의 위대함이 공존해 있었다. 지금처럼 어느 고향(지역)이나 거의 흡사한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 서두르지 않는 공존과 공영의 방법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 쉬운 것부터 그리고 개인이나 소수 집단의 이익을 챙기기 보다는 생업에 쫓겨 기본적 권리마저도 찾아내지 못하는 어려운 자와 힘든 자를 돌보는 선의와 정의 수행을 무엇보다 앞세워야 한다. 그 때서야 떠나던 사람도 새롭게 고향을 찾는 사람들까지도 몰려들어 고향이 붐비게 된다.

“우리는 고향을 버려도 고향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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