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재(구림 통안 출신)
비가 오는 날엔 길을 걷는다
속이 보일 듯 말듯 한
작은 비닐 우산 속에서
우산을 두들기는 비의 손가락
솔라시도
도레미파
느리고 빠르게 낮고 높게
여리고 강하게 내끼는 데로
제멋대로 난타하는
비의 멜로디 비의 소나타
가는 데로 비틀 걷는
나그네 걸음 비의 나그네비가 오는 날엔 길을 헤맨다
속이 훤히 보이는 우산 속에서
발이 저리도록
우산이 찢어지도록
신명난 영혼이 가락에 취해
생과 사의 중앙선을 마구 넘어
아예 미쳐서 길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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