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벌초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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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벌초유감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4.09.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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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올해도 변함없이 불도저(?) 대장님과 남산대 털보 친구와 함께 오늘 아침에 벌초를 하고 왔다. 몇년 전부터 농사일에는 백면서생(白面書生)인 나를 두고 예초기를 갖고 있는 몇몇 친구들이 시간 나는 대로 벌초를 해 주고 있다. 아무리 친구지간이지만 보통일은 아니다.
늦더위에 날은 무덥고, 새벽밥 대신 김밥집에서 사온 옆구리가 터져버린 김밥을 먹고 물을 마시려는데, 밤새 얼려서 가져온 얼음물은 꽉 막혀 나오지를 않으니 목구멍에서 불이 날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땅벌에 급습을 당한 털보는 사타구니며 두꺼운 장갑을 낀 손까지 벌에 물려 앞뒤로 뛰고 굴러도 이미 탱탱 부어버렸다.
조상님 앞에서 불경스럽게 짜증을 낼 수도 없고 괜스레 서울 놈들 욕만 해 댄다. 촌구석에 산다는 죄로 이 무슨 고생인가! 조상님은 불공평하시다. 해 마다 공들여 벌초하는 촌에서 사는 자손에게는 복을 안 주시고 추석 당일에만 슬쩍 와서 복 주시라고 절하고, 시골집에서 다 장만한 기름진 음식에 먹고 마시고 돌아서 가버리는 서울 자식들에게만 복을 주시는가? 그 놈들은 우리는 평생에 한 번도 갈까 말까한 해외여행을 해마다 각시까지 대동하여 보란 듯이 다니며, 우리 촌놈들 보다 몇 배나 잘 먹고 잘 살지 않느냐!
예초기에서 저~만치 멀찍이 떨어져 갈퀴질만 하고 있던 나는 그저 눈치만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려~! 맞네… 벌초 문화도 바뀌어야 하네! 우리만 자식인가? 시집간 놈이나, 서울로 가서 잘 먹고 잘 사는 놈이나 다 같은 자손이니 앞으로는 날 잡아서 벌초날에는 참석하도록 해야겠네….
벌초를 끝내고 자현식당에 앉아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얼굴만 봐도 좋은 것이 가족이요, 일가친척 아닌가! 객지에서 얼마나 바쁘고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안다. 벌초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너희들의 힘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다. 벌초를 노동의 행위로 보자면 도시에 사는 너희들의 힘은 보탬이 되지도 않는다마는, 가족이란 하나의 공동체요 또 하나의 어울림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핏줄을 찾고 모시는 일에 하나가 되어야한다.
술잔이 거나하게 과해지자 오히려 걱정스런 말들이 오간다. 이번 추석은 대체휴일이 있어서 연휴가 길다는데 얼마나 차가 막혀 고생을 하겠는가? 어린 조카들은 잘 있는가? 작은집 동생들이며 당숙네 집안일들로 걱정이 이어진다. 그리고 전화를 꺼내들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잘 들 있냐? 순창 형이여~ 추석에 올 때 운전 조심해라잉! 꼭 긴 팔 소매 옷에 긴 바지 옷들 챙겨 입히고…. 츠츠가무시 병이 무섭단다.
사람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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