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49)/ 비가 주룩주룩 내링게 알밤까기 수월한디
상태바
서울떽(49)/ 비가 주룩주룩 내링게 알밤까기 수월한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9.26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49
나락 쓰러지면 안 된게 또 걱정이여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Alfred D. Souza)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시방 알밤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져 있어붕께 왼산이 삘개불구만요. 덕분에 서울떽 발걸음이 정신없이 요리 갔다가 죠리 갔다가 어디로 갈줄을 몰라부네요. 요상허게 다른 해 보다 더 일찍 떨어져 버려 갖고는 안 그려도 태평인 서울떽의 가심만 심란허게 만든당께요. 구림면민의 날이 지지난주 토요일날 있었는디 지가 이장떽이다 봉게 준비허느라 바빠버렸네요. 오랜만에 마을 형님들과 염소 잡고 김치 담고 콩나물도 무침시롱 지지고 볶고 험서 재미진 이야그들도 나누다 봉께 밤나무 산에 갈수가 없었제요. 이튿날 면민의 날에는 워메! 여그져그서 반가운 사람들허고 만나서 얼싸 안고 얼굴 부비고 손 흔들어주고 웃느라 바빴지요. 앗따,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 부럽지 않게 지를 좋아하는 아짐씨들이 많더라구요.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참말이여라. 흐흐흐
발차기 선수로도 나가서 우승도 혀불고 노래자랑대회에 월정리 선수로 나갔다는거 아닙니까? 이거 신문에 나야 헐 일인디 아무도 안내중께 여그서라도 떠벌려야 되겄어서 얼굴 빨개진거 꾹 참고 말하는거구만요. ‘멋진 인생’이라는 노래 불렀는디 하도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갔고 함께 춤추는 바람에 아조 신나게는 놀았는디 인기상에 그쳤구만요. 그려도 압력밥솥도 부상으로 타농게 허벌나게 옹골지더만요. 저녁까지 마을 어르신들 대접하고 노래방으로 마무리 까지 험서 아조 신나는 하루를 보냈더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우리 산중에서는 알밤들이 작당모의들을 혀 갔고 왕창 떨어져 버린거제라. 워메 진짜 머릿속에 오일장 서 불드만요. 부랴부랴 울 엄니들께 전화혀서 놉을 얻으려고 혔더니 이미 다른데서 모다 놉들을 얻어버려 갔고 별루 없더라구요. 다행히도 울 엄니들은 호숙이네 가야 헌더고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안가셨다고 허시는디 왜이리 이쁘신거예요. 글구 호숙이 노래헐때는 꼭 내 딸이 나온것 같애서 월매나 박수를 씨게 쳤는지 아냐고 하시더라구요. 요렁게 지가 울 친정엄니들이라고 맨날 자랑치지요.
세분을 모시고 밤나무산을 오르는디 왼통 시뻘게분디 알알이 빠진것도 아니고 다 송이째 빠져서 까느라고 시간 다 까먹었당께요. 까시는 또 월매나 쎈지 장갑을 두 개나 꼈어도 손가락마다 가시투성이고 진도는 안 나가는디 이슬 먹으러 나온 독새까정 우리일을 방해혀갖고 서울떽이 살생을 혔구만요. 근디 산에 올라갈 때마다 한 시간 안에 독사를 만낭께 죽여야는 쓰고 연약한 서울떽 마음이 김 빠진 타이어마냥 오그라들대로 들었구만요. 지가 이글을 쓰는 수요일 아침인디 비가 주룩주룩 내링게 내일부터는 그랴도 알밤 송이 까기가 수월할틴디 한편으로는 나락이 쓰러지면 안되는디 허는 걱정도 앞서네요.
지가 엄니들허고 알밤 줏음시롱 힘드싱게 재미난 트로트 노래를 틀어드렸거들랑요. 다른 노래를 틀어 드릴 때는 별 반응이 없으신디 오로지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만 나오면 입을 달싹 달싹 허심서 몸을 흔드시는거예요.

“야, 야, 야,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그렁께 요런 노래는 젊은 사람들이 불러야 쓴디, 워째서 우리 할아버지가 고렇게 좋아혀부네. 맨날 틀어놓고 산당께!” 하고 가남떽 엄니가 웃으시더랑께요.
지가 강천산 가서 해설을 하다보면 이 노래를 크게 틀고 산을 오르내리시는 분들도 많이 뵙게 되지라. 지난주와 이번 주에 ‘구례, 곡성, 순창, 담양’이라는 장수벨트 행정 협의회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1박 2일 여행하는데 마지막 일정으로 강천산 걷기가 들어 있었제요. 담양군과 곡성군 어르신들 80명씩 세 번을 방문하셨었는데 강천사 절과 삼인대까정 갔다 오시는 걸로 했는데 삼인대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더라구요. 중종 반정 때 폐위된 신비의 복위를 상소한 순창군수 김정과 담양부사 박상, 무안현감 류옥 선비들의 절의를 기리는 절의탑 앞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본관을 물어보시고 이분들의 업적을 이야기하다 삼인대 비각 앞에 써있는 한자의 뜻을 물어 보싱께 뜨끔했습니다. 내려오시는 길에 한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노인들이라고 사랑을 못하는 게 아니라고 노인들일수록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상대가 꼭 필요하다고,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하시면서 홀로 되신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상대를 찾아주는 것이라구요. 맞제요. 가요에도 심오한 뜻들이 많아부네요. 근디 알밤값이 싸붕께 서울떽 재미지진 않네요. 하이고 서울떽 터져부는 속 좀 달래주씨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