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 가을소풍이 언제인지 우리 엄마가 선생님께 여쭤보래요.” 한 학생이 담임선생에게 한 말이다. 과연 맞는 표현일까? 결론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그렇다면 ‘우리 엄마’를 ‘저희 엄마’로 고치면 될까? 그렇지도 않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을까?
우선 ‘우리’와 ‘저희’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말하는 이와 상대방(자기보다 높지 않은 경우도 포함) 또는 상대방을 포함해서 같은 집단에 속해있는 여러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지만 때로 일인칭 대명사나 일부 명사 앞에 쓰여,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을 상대하여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저희’는 ‘우리’를 낮춘 표현으로서 논리적으로 듣는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과 같은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희끼리 갈게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윗 문장은 ‘우리 학교’, ‘저의 엄마’로 고쳐써야 한다. 비로소 담임선생은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선생님이 되었고 학생과 같은 엄마를 두지 않게 되었다.
요약하면, 윗사람을 상대로 대화할 때 윗사람이 같은 집단이면 ‘우리’로, 다른 집단이면서 말하는 자신만 가리킬 때는 ‘저의’나 ‘제’가 맞겠고 다른 집단이면서 말하는 자신과 동료를 가리킬 때는 우리를 낮추어 ‘저희’로 써야한다. 물론 상대가 윗사람만 아니면 언제나 우리라는 표현이 맞겠다.
마지막으로 어떤 경우에서나 동등해서 낮출 수 없는 대상이 있다. ‘우리나라’만 있고 ‘저희나라’라는 표현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부득이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 사람을 존대해야 할 경우라면 ‘저희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