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윤대현 저. 「윤대현의 마음성공」
집에 있는 은행나무가 햇볕이 안 드는 쪽에서부터 먼저 노란 물감을 들였다. 가로수의 은행들이 진즉 노랗게 변했을 때 우리 집 은행나무는 주인의 사랑을 받으니 버티나 하며 웃었다. 시일이 지나도 사랑의 햇볕을 받는 쪽으로는 아직 푸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은행나무에도 사랑의 힘이 많이 미치는 것인가 싶었다.
가을은 우리가 삶의 열매도 잘 거두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절이다. 노력은 다 했는지, 그래서 성공적이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성공했으면 행복한지’라는 마음 창고까지 확인하는 일은 매번 두려운 일이 되고 만다.
‘힐링’은 식상할 정도로 우리들의 대세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고 대답한다. 정신건강 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성공할수록 외로워지지는 않나요? 라고 묻는다.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바가 아직 없기에 대답에는 자유롭지만 “힐링의 욕구가 사회와 문화 전 영역에서 커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들의 마음의 통증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잠이 빨리 안 오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작은 반응에도 예민해져서 짜증이 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배가 불러도 먹고 싶고, 몸은 아픈데 진단명은 없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여유가 없는 것들은 자신과 주위에서도 쉽게 겪고 있는 아픔들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겪는 이런 증상들은 스트레스로 인해서 뇌가 피로해질 때 생기는 ‘소진증후군’이라고 그가 말한다. 감성배터리가 방전됐다는 것이다. 소진증후군의 극단적인 행동중 하나가 삶을 포기하는 자살이다. 감성시스템이 방전되고 나면 자기파괴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데 스스로 삶의 생물학적 전원을 꺼버리는 것이 그것이다. 근육과 몸이 피로하면 나른하고 힘이 드는 것처럼, 우리의 뇌가 피로할 때 다양한 증상이 생기는 것이 바로 소진증후군이라는 설명이고, 감성의 충전은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진증후군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은 삶의 의미를 깊이 느끼는 것이다. 생존과 성취가 아니라 성숙과 가치의 추구로 목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은 치열하게 살면서도, 순간 순간 자신의 현재 삶에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는 것이다. “삶의 만족은 결과물이 아니라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과정에서 충족 된다”는 것이다. 감성의 충전은 과거와 같은 문제 중심의 해결법이 아니다. 감성시스템이 자기파괴 프로그램을 작동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성이 바닥이 났는데 어떻게 쉬어주고 충전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의 감성시스템에는 ‘불안생존 시스템’과 ‘흥분 욕망 시스템’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감성에너지자체가 바닥났을 때도 할 수 있는 최후의 힐링 전략인 ‘연민 이완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연민 이완 시스템으로 감성을 충전하는 방법은 우선 ‘사람과의 따뜻한 공감’으로 나는 사랑받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는 일이다. 자신의 부끄러움도 털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자연과의 교감’이다. 하루 10분이라도 사색하며 걷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와 예술에서 연민을 얻어라’는 말이다.
예술에는 공통된 인간성이 담겨있어서 그것을 접하는 순간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주는 말이다.
“네 인생을 즐겨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