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탕주의’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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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탕주의’의 망령
  • 김필환 공인중개사
  • 승인 2014.11.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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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환 공인중개사ㆍ복흥부동산 대표

2014년 11월 7일 내장산과 추령로에 단풍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가을날, 들녘엔 벼를 추수하고 남은 밑동이 마치 열병하듯 흐트러짐 없이 줄지어있는 가을 오후였다. 젊은 여성과 남성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토지를 팔려고 왔다고 말한다. 지번을 가르쳐주는 대로 노트에 적은 후 위성사진을 확인하여보니 며칠 전 경매가 개시된 토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경매가가 시세보다 약간 웃돈다는 느낌을 가졌던 토지이기도 했거니와 지인으로부터 경매청구자가 누군지 알아달라고 하여 살펴보았던 경매물건이었다. 또한 어떤 분이 전화를 하여 그 지번을 대면서 시세를 물어오기도 했던 토지였으므로 자연스럽게 토지의 위치라든가 모양 등등 권리분석을 해보았던 것이기도 했다. 나는 “낙찰 받으신 분인가 봅니다”라고 말하면서 “얼마에 파시려고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 남성이 대뜸 “평당 30만 원씩 받아주세요. 그러면 사례도 후하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지면서 유구무언의 시간이 잠시 흘러갔다.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이곳 시가지 이면도로에 있는 토지가 25만원에서 30만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씀하신 지번은 취락지구로써 농가주택이나 짓는 곳이라 30만원은 무리한 값입니다”라고 답변해주었다.
나의 말을 들은 그 젊은이는 “이런 곳에 앉아있으니 잘 모르는 모양이네요?”라고 말하면서 함께 온 젊은 여성에게 가자고 독촉하여 문을 열고 휑하니 나가버렸다.
여기서 말하는 토지는 6개의 지번으로 구성된 대지 2,244㎡이다. 그곳은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자연취락지구이다. 현재 3.3㎡ 당 약10만원 내외의 매매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한 곳인데 30만원을 받겠다고 하니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 젊은이에게서 ‘한탕주의’의 망령을 보았다. 한 번의 경매입찰을 통하여 ‘억’ 단위가 넘는 돈을 벌어보겠다는 속셈을 본 것이다. 땀을 흘려서 수고한 대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투기와 기회를 엿보아 한탕 해보자는 망령이 그 젊은이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았다. 경매에서 낙찰받기 전에 먼저 그 물건이 있는 지역의 부동산중개사무실이라든가 주변사람들에게 시세를 알아본 뒤 입찰가를 정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시세보다 약 30% 가량을 더한 가격으로 낙찰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하니 비싼 가격에 팔아야만 할 필연성이 존재하였고 과한 가격을 요구하게 된 것이리라.
나의 평소 생각은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어서는 안 되고 공익과 정의에 의한 사용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에게는 농지가, 주택이 필요한 자에게는 대지가, 공장을 지어야할 기업가에게는 공장부지가 각각 사용가치를 지닌 토지인 것이다. 사용가치에 의하여 필요한 자에게 토지가 사용됨이 마땅할 것이며 이 외에 투기의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하여 ‘한탕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산다면 그 인생이야말로 ‘한탕’에 끝나버릴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세월호사건’도 그 밑바탕에는 이러한 ‘한탕주의’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일까? 성공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무시되거나 등한시 하는 ‘성공지상주의’ 혹은 ‘성장지상주의’가 사회 저변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요지부동함을 본다.
제발 우리 모두 ‘한탕’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결과중심적사고’의 틀을 깨고 진행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정중심적사고’로 전환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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