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사방이 초가집?
상태바
사면초가/ 사방이 초가집?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4.11.14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四 넉 사 面 얼굴 면 楚 초나라 초 歌 노래 가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92

어릴 적 장기를 가르쳐 준 칠복이 아저씨가 궁지에 몰린 나를 보고 “사면초가네”라며 놀리는 말에 ‘웬 초가집?’하고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ㆍ항우본기(史記ㆍ項羽本紀)》에 나온다. 야문한군사면초가, 항왕내대경왈, 한 개이득초호?(夜聞漢軍四面楚歌, 項王乃大驚曰, 漢皆已得楚乎?) : 밤에 한나라 군사들이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부르니 항우가 듣고 놀래어 말했다. ‘한나라가 벌써 초나라를 다 차지했단 말이냐?’
진(秦, BC221-BC206)나라 말 2세 호해(胡亥)에 이르러 각지에서 군웅이 할거하였다. 그 중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세력을 다투어 초기에는 항우가 대세를 휘어잡았으나 나중에는 유방으로 대세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 시기에 유방의 가솔들이 항우의 수중에 잡혀 있었으므로 유방이 사람을 보내어 홍구(鴻溝)를 경계선으로 하여 천하를 양분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후 유방의 가족이 마침내 돌아오고 항우는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이때 유방도 병력을 이끌고 서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장량(張良)과 진평(陳平)이 손을 들어 만류하였다.
“대왕, 지금 우리 한나라는 천하의 3분의 2를 차지하여 각 지방의 많은 제후들이 우리에게 붙고 있습니다. 반대로 초나라는 병사들이 모두 피로에 지쳐 있으며, 아시다시피 범증(范增)과 같은 지혜로운 군사(軍師)도 쫓아 내보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이 바로 초나라를 쳐 망하게 할 좋은 적기라고 봅니다. 만약 왕께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시면 호랑이를 키워 보내는 것과 같아 나중에 큰 후환이 될 것입니다.”
유방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리를 돌려 항우를 추격하고 한편으로는 한신(韓信)과 팽월(彭越)의 대군과 연합하여 항우를 해하((垓下)로 밀어냈다.
이러한 유방의 돌변으로 기습을 당한 초나라 진영은 병력과 식량이 줄어들면서 사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항우는 여전히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유방진영도 더 공격하지 못하는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밤 한나라 진영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장기간 전쟁으로 심신이 피로하고 또 고향생각이 간절하였던 초나라 군사들은 적 진영에서 고향의 노래가 들려오니 저절로 향수병에 들어 전투의지가 상실되고 사기가 떨어졌다. 항우도 당황하여 허둥대며 말했다.
“설마 한나라가 이미 우리 초병 전부를 다 데려간 것은 아니겠지? 적 진영에 어찌하여 우리 초나라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 건가?” 
기세등등하고 호탕한 기백을 가진 항우도 크게 놀라 허겁지겁 포위를 뚫고 도망쳤다. 하지만 한군의 계속되는 추격과 공격으로 결국 포위당했다. 대세가 기울어지매 애첩 우미인(虞美人)과 더불어 이별의 시를 지은 항우는 마침내 고향과 가까운 오강(烏江)에서 31세의 젊은 나이에 자결하고 말았다.  
유방의 책사 장량이 이 같은 계략을 써 항우에게 참패를 안겨 줬다는 이야기다. 훗날 사람들은 사방으로부터 공격과 핍박을 받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외로운 지경이 되거나, 사방이 적으로 싸인 형국이 되어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상태를 이 성어로 비유하였다. 특히 일이 고약한 지경에 이르렀거나 외롭고 대책을 구상하기 힘들도록 지친 상태에 빠졌을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은 같은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