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53)/ 병원에는 워쩌케든 뽀짝 안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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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53)/ 병원에는 워쩌케든 뽀짝 안 가려고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11.2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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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53
허벌나게 노력하는디 안 되는구만요!

초겨울 편지
                                -김용택

앞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 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 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단한 인기 책이라지만 시방 서울떽에겐 아프니까 벌써 반백이다 싶네요. 다시 말해 나이 50 되니까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한탄이죠. 맨날 일하시는 엄니들이 “아이고 잘났다, 호랭이가 물어갈 소리 허고 있네” 하시겄지만 말여요. 병원에는 워쩌케든 뽀짝뽀짝 안 가려고 허벌나게 노력하는디도 워쩐다고 통기부스까정 함시롱 병원에 누워버렸는지 몰르겄어라. 죽을 정도로 아프진 않어도 발목에 금이 가고 나서도 엄니들 말대로 허천나게 뻗대고 돌아다녀 댕기는디 다리가 괜찮겄어요. 장류축제 시화전 끝내고 안내소 근무하랴, 학원 수업에다가 책놀이 발표까정 준비하고 끝냄시롱 정신 하나도 없었다면 믿으시겄어요. 난생 처음 목발 짚고 다닝께 더욱 더 미쳐불제요.
암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하던 모든 일 싹 정지 시켜 불고 누워 있어 불지 그러냐고 속없는 소리를 하는데 맘대로 안되더라구요. 11월은 워낙에 해설들이 대량으로 몰려 있는 전체 해설들의 나날인디 지가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뻗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소 근무라도 해야지 허는 생각에 강천산 가서 근무를 허는디 비가 계속 오다 봉께 어르신들이랑 아가들이랑 몽땅 안내소로 들어오셔서 비를 피하시다 보니 머릿속에 오일장 서는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제요. 카드 잃어버리신 분, 주정차 문제로 화가 잔뜩 나신 분, 애기 젖을 줘야 되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고 들어오신 분, 편찮은 어르신들하고 광주에서 왔는데 비가 와서 도시락 먹을 곳이 없다는 실무자 분, 벌에 쏘여서 오신 일본 관광객도 계시는 등 수없는 불만사항들을 해설사에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저수지 밑에서부터 걸어 왔는데 화장실이 이렇게 밀려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부터 왜 요렇게 이쁜 곳을 기념할 수 있는 기념품 하나 없냐는 둥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도 많답니다. 하지만 강천산 올라갔다 오셔서 이쁘다고 다른 사람들이랑 꼭 와야겠다며, 관광 안내지를 가져가며 기뻐하는 모습은 가을햇볕이 잘 스며든 단풍같이 이쁘제요. 관광 오시는 분들의 등산복들이 하냥 꽃 같고 단풍 스며든 때깔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강천산을 ‘수줍게 웃고 있는 여인네의 발그스레한 볼을 닮은 산’이라고 이야기 험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될 곳 22개 명소 안에 넣어 놨습니다. 이렇게 좋은 관광자원을 이왕이면 들어가는 곳마다 맛난 집, 노점상이건 식당 주인이건 친절한 곳으로 기억 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거기다가 학원에서는 아이들 시험이 바로 코앞이라 빠질수가 없고요. 물론 우리 착한 학생들은 피식 피식 웃음을 지음시롱 선생님 힘드싱게 안 혀도 된다고 수업을 극구 말리지만 가르치는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수업을 하지요. ‘선생님 통기부스 풀면 집에 가서 삼겹살 먹어야죠’하면서 너스레를 떱니다.
 거그다가 김장하기로 헌 날이 15일 토요일이었제요. 짐장허면 또 서울떽 아녀요. 워쩔 수 없이 지가 해야 될 일잉게 밀어 붙일 수밖에 없지라. 미리 함께 허기로 헌 분들 땜시 워쩔수 없이 김장을 담아야 헌디 겁나게 마음에 긴장이 왔던지 새벽녘 꿈속에서 까지 김장을 못하는 꿈까지 꿨답니다. 천하의 서울떽도 김장 하면서 스트레스를 다 받고 말이여라.
김장을 할 때 아무리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도 지가 해야 할 일들이 따로 많이 있응게 옴짝 달싹 못 허는 거지요. 배추 간 절이고 씻고 양념 준비하는게 장난 아니란 것은 다 아시제라.
아픈 다리를 비니루로 꽉 꽉 눌러 싸고 동여매고 했어도 워쩐다고 물이 들어갔는지 미쳐불게 척척한거여요. 불어 터지는 느낌에 에리고 열나고 쏙쏙쏙 거리기도 허고 화끈화끈 헌디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일은 해야 쌍게 기냥 했지라. 잉!
하지만서도 그 전 주 토요일 날 동치미도 담그고 무시 김치도 해놨길래 망정이지 갓김치와 배추 300여 포기 넘게 담그고 죽는 줄 알았당께요. 아메도 사람들 앞에서 꼬라지 안 내 보일려구 무던히도 애썼었는디 다른 사람들도 눈치 챘을꺼구만요. 그래서 기냥 입원해서 발 좀 애끼자구 한거제라. 몸 아픈게 지만 힘들더라구요. 애가심 터져서 속상한 것도 지고요. 아파서 우는 것도 지드라구요. 고래서 쬐까 입원혀서 책이나 실컷 볼려구요. 1988년 겨울에 읽었던 태백산맥 빌려 놓고 찐한 사투리도 배우고 허벌나게 맛나게 묘사해 놓은 꼬막도 눈요기해야겄네요. 워쪄요. 서울떽 잘했지라.
하지만 2주동안 서운했던 장면도 있제라. 흐미, 어메들과의 책놀이 발표회 때도 다들 이삐게 입고 맵씨 자랑하는데 지만 기부스 헌 채로 사회 봤다는 거 아녜요.
참말로 재미지게 끝냈걸랑요. 오지고 또 오진꼴 보고 한바탕 웃고 끝났을 때는 껴안고 울먹였지라. 아휴 인자 수요일마다 생각나서 워쩔꺼라. 그나마 엄니들도 한글 공부 방학에 들어갔다는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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