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묵은 메주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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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묵은 메주콩’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01.1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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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좋은 콩은 다 내다팔고 우리 먹을 것은 이게 뭐야.”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 소리칩니다.
“아야, 묵은 콩이라 글제 암시랑도 안혀야. 밤마다 썩은 콩 골라내니라고 얼매나 애썼는디.”
엄마의 투덜거림과 외할머니의 하얀 입김이 솥에서 막 퍼낸 메주콩의 김에 포개집니다.
일요일 밤,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를 도와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솥에서 메주콩을 건져내는 동안 엄마는 툴툴 잔소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장작불로 뗀 메주콩. 김이 폴폴 나고 고소한 냄새가 골목까지 퍼질 정도지만 엄마는 콩이 좋지 않다며 좋은 것 먹으려고 농사짓지 이런 것 먹으려고 농사짓느냐고 투덜댑니다. 콩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밤늦도록 잠 못 자고 고생했다는 할머니 말씀이 속상해서겠지요.
텔레비전에서 보던 노오란 메주와 달리 거뭇거뭇한 게 개운치 않지만 할머니 손맛이 가득 담긴 메주. 짚을 깔고 하나씩 차례로 올려놓으며 할머니는 환하게 웃습니다.
왜 항상 외할머니의 몫은 이렇게 ‘남는 것’들 일까요. 언제쯤 ‘최고로 좋은 것’이 할머니 몫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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