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인생’ 향우 김상남ㆍ이상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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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인생’ 향우 김상남ㆍ이상순 부부
  • 고윤석 향우기자
  • 승인 2015.01.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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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필이면 소아마비 장애에 그것도 전라도 출신에 장남이라고?”하면서 “절대로 안 된다”는 친정어머니의 ‘결혼 절대 반대’라는 불호령에도 불구하고 중매로 맞선을 본 후 40여 일만에 결혼식을 강행한 신부 이상순(53) 씨와 섬진강 푸른 물길이 휘어 감고 도는 옥출산 아래 풍산 한내마을 출신 김상남(55) 향우가 맺은 결혼 사연이 애틋하다. 충청도 청주 출신 2살 아래 어여쁜 처녀가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총각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첫 눈에 반해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고  맨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반듯한 3대 가정을 이룬 결혼 20주년의 포장마차 인생사를 소개한다.

소아마비 장애 앞에 고생문 ‘활짝’

김상남 씨는 고향 풍산에서 초ㆍ중ㆍ고교(순창고 7회)를 졸업한 후 경기도 부천종합시장 상가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했던 아버지를 따라 19살(1980년) 때 출향하여 장사를 배웠다. 수년 동안 고생해 자리가 잡혀 가던 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갑자기 아버지가 작고하신 것. 아버지가 떠난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당시 겨우 집안의 한 기둥 역할 정도였던 그로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여동생 넷을 건사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할 정도였다.
호구지책을 위해 몸부림치며 번민으로 방황하던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성경을 접하게 되면서 마음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가업이었던 야채가게 운영이 여의치 않아 정리하고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 비디오가게도 잘 안 돼 좌절하다 오락실을 운영해 보았다.
하지만 우여곡절은 계속되고 고생문은 갈수록 더 활짝 열렸다. 그럴수록 마음을 추스르고 의지할 곳은 교회뿐이었다. 열심히 기도하며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동네 슈퍼마켓을 열었다. 비장한 각오로 열심히 일했더니 어느 정도 저축할 정도는 되었지만 장애를 가진 나에게 맞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힘에 부쳐 슈퍼마켓을 탐내는 사람에게 매매했다. 잠시 쉬는 사이에 객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휩쓸려 노름판에서 큰돈 1000여 만원을 날렸다.

34살 노총각은 상상도 못한 ‘천생연분’

엄청난 일을 저질러 기가 꽉 막힌 그는 정신을 되잡고 살아갈 방도를 궁리를 하면서도 신앙생활을 놓지 않았다. 틈나면 기도하면 열심히 성경을 읽었다. 그러던 중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벌어졌다. 34살(1995년) 때,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교회 집사님의 중매로 아가씨를 소개받았다. 그는 “‘인연이라는 강물 위에다 부부라는 배 띄워놓고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배를 탄 사람. 행복도 가득, 꿈도 가득, 사랑까지 가득 싣고서 두 마음 하나로 꽁꽁 묶어서 세월을 저어 갑니다. 인생이라는 강물 위에다 천생연분 배를 띄워놓고 당신도 여보, 나도 여보, 같은 배를 탄 사람. 행복도 시작, 꿈도 시작, 이별 없는 사랑도 시작, 두 마음 하나로 꽁꽁 묶어서 세월을 저어 갑니다’라는 나훈아의 <천생연분>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고 말한다.
충북 청주 출신 교회 성가 대원이었던 이상순 씨는 요즘 말로 ‘재능기부’인 바이올린 봉사를 교회에서 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와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어머니의 깊은 신앙심을 높이 사며 아들인 그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가끔씩 만나는 자리에서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는 그녀의 언행에 가슴이 ‘콩당콩당’ 마구 두근거렸다고. 그러던 그녀가 “제가 저 사람의 손과 발이 되어 한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남편감”이라고 그의 어머니에게 확고한 한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에 하필이면 소아마비 장애에다, 전라도사람이고 더구나 가난한 가정의 장남이라고?” 되물으며 “네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결혼은 절대 안 된다”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확신’은 맞선을 본지 40여일 만에 결혼식을 강행하게 했다. 그는 “그야말로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나에게 현실로 일어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혼을 서두르는 그녀가 한편으론 의심스러울 정도였고, 이제야 밝히는 말이지만 저렇게 어여쁜 참한 처자가 왜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나를 평생 배필로 맞이하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의아했었다”며 “그러나 참으로 고맙고 죽을 때까지 고맙게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20년 부부 포장마차 애환…인생 ‘밑거름’

신혼은 그녀의 한 계단 한 계단 정상에 오르겠다는 당찬 생각과 각오로 단칸방에서 시작했다. 장애를 가진 그가 비교적 활동공간이 적은 포장마차를 하면서 희망을 쌓아가자는 격려에 그는 감동하고 통감했다고 말한다.
부부가 함께 주기도문 되뇌며 험난한 시련과 역경을 딛고 기필코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고 다진 끝에 그 해 10월경 지하철 1호선 부천 북부역 앞 부천대학교 입구 사거리 대로변에 포장마차를 열었다. 해질녘에 나와 꼬박 밤을 지새우며 천태만상의 손님들을 상대하는 고된 일을 시작했다. 요즘은 ‘실내 포장마차’라는 상호로 웬만한 식당보다 규모가 크고 호화스러워 고급식당과 구분이 안 될 정도지만 당시는 마차 윗부분만 가리고 참새구이에 소주를 팔다가 눈비를 피하고 추위를 막기 위해 포장을 두르게 되었다며 “그 때부터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전천후 간이술집인 포장마차가 전국적으로 성행했지만 지금은 가는 곳마다 흔했던 길거리 포장마치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고 세월의 변화에 아쉬워했다.
그러나 길거리 포장마차 운명은 평탄치 못했다. 수시로 밀어 닫치는 우락부락한 구청 단속반원들은 포장마차를 마구부수고 차에 실었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구청에 불려 다니고 벌금을 마련하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 부부가 하얗게 밤을 새우고 번 돈으로 벌금내기 바쁜 때도 있었다. 그렇게 수년을 시달리다 장애인이 생업을 위해 수년전부터 직접 운영해 온 사실을 인정받게 되었다. 지금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 퇴근길에 잠깐 들린 고객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포장마차가 되었다고 부부는 자신있게 말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먹거리로 상차림을 하고 매상보다는 과음으로 몸을 해치는 고객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며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남 일 같지 않는 안타까운 사연이나 즐거운 일을 본의 아니게 듣고 접하며 희로애락을 그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홀어머니 모시고 3대가 단란한 가정을 꾸려

2남 4녀 가정의 32세 장녀인 아내와 1남4녀 가정의 34세 장남이 만나 두터운 신앙심으로 포장마차 카바이드 칸델라(카바이드에서 나오는 아세틸렌가스를 버너로 분출시켜 불을 붙여 쓰는 조명기구) 등불 아래 사랑을 키우며 소중한 가족애를 다진 세월이 만 20년이다. 이들 부부가 타향, 부천에서 지낸 30여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면 꿈만 같단다.
그는 “무엇보다도 남들이 우리 집사람을 ‘작은 거인’이라고 한다. 자화자찬 같지만 첫 만남 이후 자신의 처지보다도 타인의 처지를 더욱 동정하며 입은 피해까지도 탓하지도 않고 살아온 것은 신앙심이 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아마비 장애자인 나를 위해 평생 손과 발이 되어 주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싶다. 우리 부부이름(金相男ㆍ李相淳)에 서로 ‘상’(相) 자가 들어있다. 또 아내 이름, 순할 순(淳) 자는 순창(淳昌)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천생연분의 이름이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내는 언제나 나에게 기죽지 말라며 격려한다. 아내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향우회에 나가 선ㆍ후배들과 함께 고향과 지역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공부 잘해 장학생인 고 3학년 작은 딸과 올 여름에 미국 연수를 떠나는 인천재능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장학생인 큰 딸을 건사하며 단란하고 화목한 보금자리를 이룬 내 아내의 헌신적인 봉사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며 “희망찬 새해를 맞아 모든 분들의 소원성취를 위해 아자! 아자! 아자!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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