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편지(4)/ 이탈리아 경찰은 그 동상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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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편지(4)/ 이탈리아 경찰은 그 동상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 조남훈 객원기자
  • 승인 2015.02.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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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네번째 편지

조남훈 객원기자가 떠났다. 강원도에서 순창으로 바람따라 내려오더니 이젠 프랑스 '파리'로 갔단다.
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열린순창>은 그의 타국생활 이야기를 연재한다.
네번째 편지는 눈이 즐거웠던 스위스와 이탈리아 이야기.<편집자>

 

▲산마르코 광장,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져 최절정의 공간미를 자랑하는 곳. 건물에서 역사가 보이지만 광장은 젊음의 공간이다. 먹이를 주면 에워싸는 비둘기, 똑똑하다 할 수밖에.

 

 

 

 

 

 

 

 

 

스위스 국가 자부심은 지형 극복하며 이룬 결과물
트램과 수상버스, 지역 사정 맞춘 대중교통 모범안

인터라켄, 고생 잊게 한 ‘마법 동네’

스위스로 가는 길은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나오는 것도 힘들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은 매우 편했지만 한국에서는 드문 심한 강풍이라 운전하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 저 차 왜 저러지?’ 하는 순간 내가 운전하는 차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옆 차선으로 간다. 지금 이 차량에는 이제 막 부모님 품에서 벗어난 7명의 학생들이 타고 있다. 스위스를 벗어나는 길에는 알프스를 넘어야 했다. 한참을 올라갔는데 눈이 쌓여 도로가 막혀있다. 우회도로로 오는 동안 주행거리는 출발할 때 예상거리보다 200킬로미터(km)를 훨씬 넘겼다. 그래도 어쩌랴! 안전하게 여행하는 것이 첫 번째다.
스위스의 자연경관은 이 모든 고생들을 잊게 할 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여정을 푼 인터라켄은 주변이 온통 산이었는데 빙하에서 녹은 물이 모여 아름다운 호수를 만들어냈다. 중심지가 일개 면 소재지보다 작은 이곳에 온 도시 아이들은 “그냥 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지냈다. 산골 오지의 한 동네일 뿐인데 어느 누가 오더라도 일단 감탄하게 만드는 그 힘은 자연에서 비롯됐다.

▲인터라켄, 융프라우를 못 올라간 것이 아쉽지만 풍경은 잊을 수 없다. 코발트빛 호수를 끼고 열차도 다닌다.

농민공동체가 동맹을 맺고 세운 나라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근면한 사람들이 산다. 이웃나라 프랑스와 정반대로 평지가 거의 없고 온통 산뿐인 이곳은 딱 봐도 적당히 일해서는 먹고살기 힘들게 생겼다. 전쟁 때는 요새가 되다보니 침략도 적잖이 받아 아예 영구 중립국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거꾸로 20세기 초의 불안한 국제 정세는 스위스가 부국으로 변모하는 계기도 됐다. 중세시대 때부터 많은 가문에서는 산이 많은 스위스에 자금을 보관하곤 했다. 20세기 초, 유럽의 많은 상인들은 나치의 수탈을 피하려고 비용을 지불해가며 스위스은행에 돈을 넣었다. 농업국가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날 목적으로 정밀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오늘날 스위스시계를 만들어낸다. 나라가 이런 역경을 거쳐 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국가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관광객은 환영해도 이민자나 외국인엔 보수적인 스위스 산 물건에는 국기가 많이 박혀있었다.
베른 시가지를 조금 더 많이 보기 위해 트램을 탔다. 구 시가지를 벗어나면서 거리에 사람이 적은 것이 아쉬웠지만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건물을 세우려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트램이 한국에서도 훌륭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다만 검표를 양심으로 대신하는데 대부분의 시민이 표를 구매하는 모습까지 보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이탈리아 느끼려면 고생을 각오하라

밀라노의 빌딩숲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 소프라. 그리고 가야할 곳이 베로나와 베네치아. 이탈리아 지명은 어딘가 모르게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 나라는 뭔가를 느끼려면 고생 좀 해야겠다. 순전히 목적은 하나였다. 로미오가 사랑한 그 여자 줄리엣의 동상을 한 번 만져보는 것. 줄리엣 동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그 빤한 속설에 일부러 속아 넘어가기 위해 줄리엣 생가를 찾아야 했다. 미로 찾기의 시작이었다.
엄청난 미모의 경찰에게 길을 물으니 아주 친절하게도 베로나 원형경기장 뒤로 쭉~ 가면 있다고(만) 말했다. 콜로세움처럼 생겼으면서 조금 작고 맹수나 사람끼리 육박전을 벌이는 것 같았던 원형경기장을 둘러보며 길을 찾았지만 목적지는 나오지 않았다. 지도를 얻으려고 관광안내소를 찾았는데 문이 닫혀있어 또 다른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목적지와는 동떨어진 아디제 강가를 거닐며 도시 풍경 구경을 하다 베드로 성에 닿았다. 또 경찰이 있어 길을 물어보니 옆으로 돌면 나온단다. 그런데도 도통 나오지 않는다. 지역경찰도 모르는(?) 줄리엣의 집을 이미 갔다 오는 학생들에게 안내받아 당도하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줄 서서 사진 찍고 껌을 붙이고 글씨를 쓴 그 지저분한 벽을 쳐다보다 나오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로미오의 집은 벽이 허물어져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나 별로 아쉽지 않았다. 1유로짜리 커피와 피자로 지친 심신을 달래니 날이 저물었다.
전날의 기억을 더듬어 베네치아는 아예 작정하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수상도시인 베네치아는 차량이 터미널까지만 닿을 수 있고 나머지는 배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골목을 걷다보면 막다른 곳이자 배 타는 곳이 나오고 또 돌아나가다 보면 낮선 길이 나온다. 건물 곳곳에 깨알같이 박힌 수공예 상점들을 지나다 저렴한 피자가게에 들어갔다. 4유로 남짓한 가격에 양손만한 피자와 콜라를 먹을 수 있는 이 가게는 화덕에 구워 내는 피자 맛이 일품이었다.
피자 맛에 힘입어 많은 골목을 누볐다. 가면축제로 유명한 도시답게 다양한 가면가게가 눈을 즐겁게 한다. 자동차 대신 자가용 보트가 즐비한 베네치아의 수로에는 홍합이 새까맣게 붙어있는데 수질이 좋지 않을 뿐더러 이곳 주민들은 홍합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상징적 장소인 산 마르코 광장은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산 마르코 대사원과 고딕 양식의 최종본으로 알려진 두칼레궁전이 배경 역할을 한다. 약간의 빗방울을 맞으며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수상버스를 탔다. 베네치아 외곽지역과 섬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인 수상버스는 도시 관람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걷다 지친 나는 졸음운전을 피하고자 그 좋은 기회를 포기하고 잤다.
수상버스에서 곤히 자는 동양인을 보며 현지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내내 머릿속에 이 생각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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