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1)/ 촌티가 물씬 풍기는 순창떽, 테레비 나왔어라!
상태바
서울떽(61)/ 촌티가 물씬 풍기는 순창떽, 테레비 나왔어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3.18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1

봄편지        -도종환

봄 꽃 피어 화사한 날은
마음도 꽃잎처럼 흩날립니다.

낭창낭창하게 휘어지는 꽃가지에
마음의 겉옷을 벗어 걸어놓고
누구랑 연애라도 하고 싶습니다.

바람의 손에 이끌려
이 나무 저 나무 꽃그늘로 옮겨 다니는
-이 마음이
이미 바람입니다.

워떠케 봄이 온 줄 알고 노오란 복수초도 피어났던디 보셨는가요? 여그 안골짝에는 어제 오늘 활짝 폈구만요. 밭두렁마다 쬐까 햇볕 따땃한 땅 뙤기마다 봄까치 꽃이(거 뭐시냐. 원래 이름이 큰 개불알꽃 말이여라) 푸른 하늘 쳐다보느라 정신없던디 생명이라는 것이 고렇게 귀허디 귀헌건가 봐요 잉!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이란 시에 보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혔든디 참말같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여라. 지가 자세히 보고 만나는 사람일수록 사랑스럽더라구요. 한번 주위 사람을 오래 바라 봐 보씨요 잉!
순창으로 내려온 것이 88년 봄잉게 지도 순창의 봄날에 대해서는 솔찬히 안다고 자부허는디라 잉! 헌디도 워치케나 요놈의 봄날만 되믄 실실실 입 꼬리가 올라가는 웃음도 나면서도 한밤중에 퍼뜩 일어나 앉아서 지도 모르게 한숨도 쉬게 되능가 영판 몰르겄거들랑요. 흐흐흐 아니제라. 시방 지가 왜 그러는지 왜? 모르겄어라. 
“워메 버얼써 농새철이다냐” 싶응게 헐일이 눈으로도 보이고 귀로도 들리고 발바닥 용천혈에서도 펄떡펄떡 느껴지는디 경운기 소리만 나도 지도 시방 밭으로 거름 싣고 가봐야 될것 같걸랑요. 허구헌날 농새 질 일도 겁나게 많은디 공책에 적혀 있는 헐일도 날짜마당 디지게 많걸랑요. 일년 농사 지어 갚아 나가야 될 돈들이 생각나믄 땅이 꺼져라 한숨도 쉬어지고 가심이 벌렁벌렁 혀지는게 얼굴까정 새까매지거든요. 2015년엔 돈 벼락, 사람 벼락 많이 맞고파요. 흐흐흐 뻘소리구라.
2주 동안 겨우내 땅속에서 솔찬히 맛나게 익어가던 짐치들 건져서 저온저장고에 갈무리혀서 넣어 놓구요. 토요일 날은 메주를 잘 씻어서 햇볕에 뽀짝뽀짝 맬려 갖고는 강천산 온천수로 장 담그기도 혔구만요.

둘째 형님네랑 항꾸네 메주를 맹글어서 조카네 식구들까정 20명 넘는 식구들이 모여서 와글와글 냉이도 허벌나게 많이도  캐서 삼겹살 구어 싸 먹었구만요. 옻닭도 4마리나 혀서 먹구 형님이 만들어 오신 양념 게장까지 먹으며 살만 엄청 쪘걸랑요.
그람시롱 지에게 손주들뻘 되는 애기 손님들이 7명이 왔는디 하이구메, 신나는 봄은 요녀석들에게만 오지게 왔는지 우리 집에 오자마자 뛰기 시작하더니 먹자마자 줄넘기부터 시작허등만요.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허면서 하늘 끝까지 날라가등만 어느샌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더만요. 젊은 할아버지가 해다 준 긴 줄로 줄다리기를 허질 않나, 불꽃 놀이를 허질 않나 잠시도 가만히 안 있더라구요. 기가 맥히게 잘 놈시롱 왼 안골이 즈그들 살아있는 놀이터로 변신 시키는 기술이 솔찬히 아고똥헌 놈들이더라구요. 우리집 온다고 설레서 잠도 못잤다등만요, 이삔 이모들 손 잡고 놀아달라고 성화를 대고 허기지면 먹고 깔깔깔 웃는 통에 바라보는 지도 피어나는 봄처럼 웃었답니다.
요번 주에는 든든한 딸, 비싼 딸, 이쁜 딸, 귀염둥이 딸 네 명을 데리고 밤나무산에 거름을 줬구만요. 어제부터 한나절씩 이틀간 거름을 주는데 20kg짜리 포대 안고 다님서 비료 줄려니 지들 딴에는 월매나 힘들겄어라. 작년에는 울 큰 딸이 일 도와줬는디 엄마 아빠가 왜 허리야 다리야 허는지 알겄다고 허드라그요. 어려서도 틈틈이 다른 농사일이랑은 도와줬어도  울 네 딸들 허벌나게 힘등가 나무에 기대서 헉헉헉 댑니다. 그랴서 지가 옛날 이야그를 해 줬제라.  엄마 시집와서는 밤나무 나뭇가지 끝쯤을 헤아려서 괭이 들고 파 헤친 다음 거름을 주고 다시 나뭇잎으로 덮느라 무지허게 많은 일꾼들이 필요했는디 시방은 대충 뿌리는 거라고라. 글구 밤나무산 풀치는것도 쪄기 아래서부터 요그 윗 나무 있는데 까정 왼 동네 사람들이 낫을 들고 일렬로 쭈욱 길게 서서 자기 앞의 분량의 풀을 치면서 가면 숫돌 갖고 다님서 한 사람이 낫 갈아줬다고... 허다봉게 참말로 그 때는 모든 일이 항꾸네 혔는디라. 못자리 때도 왼 마을 사람덜이 다 동원되어서 혔고 모 심는 것도 고렇고 나락 벨 때도 어울렁 더울렁 항꾸네 웃음시롱 혔잖여라. 차암 옹골지고 아즘찮았던 기억이었네요. 그체라잉!
아! 글구 서울떽 티브이(TV)에 쬐까 오래도록 나왔는데 집이들은 보셨는가요. 학원에 갔더니 제자들이 “선생님 티브이 나오는 것 봤어요” 허질 않나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아침밥 먹는내내 광주 엠비시(MBC)에서 재방 하고 있다고 아조 생중계를 해주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워메, 딴 사람들은 맨날 나와도 조용헌디 쬐까 빈수레이다 봉께 시끌시끌허구만요. 근디 촌티가 물씬 풍기는 완전 순창떽 그 자체 이구만요. 큭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