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순창> 주주님. 상법 제3절에는 회사 기관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 규정에는 회사의 최고 의결기구이자 근간이 되는 기관인 주주총회(주총)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주식회사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면 주총은 주식회사를 움직이는 심장이기 때문입니다. 주총은 주주들이 모여서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입니다. 주총은 이사ㆍ감사 선임과 해임, 보수 결정, 재무제표ㆍ감사보고서 의결, 배당 결정, 정관 변경, 인수ㆍ합병 승인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주총은 1인 1표가 아니라 주주가 가진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갖습니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규정에 따라 3월 안에 회계 결산을 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회사 규모에 따라 내ㆍ외부 감사를 거쳐 주총을 개최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난주 <열린순창>도 <순창신문>도 주총을 개최하였습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최고 의결기관인 주총에는 감흥도 치열도 없었습니다. 마치 요즘 중앙언론에 보도되는 “‘유명무실’ 최고 의결기관…소액주주 목소리 들리지 않고 경영진 의사만 일방통행” 기사를 보는 듯 따분했습니다. 실제로 현 경영자가 모든 것을 미리 결정하고 주총을 요식적으로 여기는 듯 보였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주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을 벗어나지 않은 주총은 양 신문사 모두 진행자의 지루한 설명과 변명, 자찬으로 이어졌고 참석 주주들의 목소리는 “동의합니다” 정도였습니다. 지역신문이 ‘돈 버는, 수익성 좋은 기업’이 아니고 ‘적자투성이, 고된 노동력이 요구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현 경영자의 절대적 권한에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대리인’이 ‘주인’을 지배하는 꼴인데, 그저 수고했다며 주인(주주)이 대리인(이사ㆍ경영자)에게 묻고 싶은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듯 답답하고 낯선 분위기 속에서 주주의 모든 권한을 사실상 대리인이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의장석에 앉은 경영자는 이미 과반수에 육박하는 주식을 위임 받았다며 참석 주주들의 의사는 그저 구색을 맞추는 정도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에 참석 주주도 의장석에 앉은 경영자의 의사에 반하는 발언이나 질문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일사천리’가 주총의 모범이자 오랜 ‘규범’으로 각인돼 경험에서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긴장하는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호 주주 한 명이 안건에 동의하면 나머지 참석 주주들이 일제히 제청을 외치고 ‘만장일치’로 승인하는 모습이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하도 커서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사ㆍ감사를 선출하지 않고 “과반수 주식을 위임받았다”며 이ㆍ감사를 나중에 선임하여 발표하겠다는 경영자의 요구에 말없이 찬성하는 주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가 소위 “고무도장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도 로봇연기를 하는 직원주주”도 아닌데 신문사 경영의 어려움을 기화로 얻은 권한에 ‘묻지마’식으로 위임한 ‘다액주주’들의 권한까지 얹어 법규와 일상의 상식까지 무시하는 진행을 보며 그 독단이 가져올 결과에 전율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지배주주 없는 지역신문사는 교과서적으로는 민주적 기본요소를 갖춘 형태입니다. 언론인이면 입에 달고 사는 ‘정론직필’, ‘불편부당’, ‘문화창달’을 실현하기위해 꼭 필요하다며 구현한 언론사 지배구조입니다. 하지만 규정만 하고 운용을 방치한 결과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편집권 독립은 아예 상상할 수도 없고, 미래를 위한 개혁과 진보는 씨알도 먹히지 않고, 정도를 벗어난 행동에도 문책을 요구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른지역언론’이 되겠다며 시작한 일이니 올바른 행동에는 보상하고 그릇된 행동에는 책임을 묻는 주체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 주체는 주주의 몫입니다. 대리인의 횡포에 눈 감지 말고 제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소액주주운동’ 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의장, 당신은 주주들의 대리인 자격이다”고 당당하게 발언하며 지역신문 창간 초심을 되새겨야 합니다. 운영자가 고된 운영을 앞세워 거머쥔 ‘다액주주’의 과반수 위임에 누죽 들지 말고 ‘참여연대’가 ‘삼성’에 맞서듯 ‘바른지역사회, 바른지역운동, 바른지역언론’을 위해 용기를 내야 합니다. 비루한 편안과 비열한 관용과 비굴한 외면을 벗어던지고 <열린순창>에도 <순창신문>에도 과감하게 바른 지역신문이 아니면 필요 없다고 말해야 합니다. 주총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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