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사랑’ 삼천리자전거 ‘서창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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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 사랑’ 삼천리자전거 ‘서창옥’ 씨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04.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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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리 터줏대감 … 50년 자전거포 주인, 열여덟에 기술 배워 고희 넘기기까지 ‘삶’

▲순창극장 앞에서 자전거를 고치던 때가 50년 전. 일흔이 넘은 서창옥 씨는 반백년을 삼천리자전거포 주인장으로 살아왔다. 오로지 자전거, 두바퀴 사랑 하나로.

“사장님! 바퀴에 바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바람 좀 넣어 주실 수 있으세요?”
이것이 인연이었다. 매번 지나는 길가, 한 자리를 지키는 당산나무처럼 항상 그 곳에 있었기에 찾기도 쉬웠다. “아 그럼, 어디 봐봐”하시며 직접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주던 어르신. 봄비 내리는 4월 중턱에 반백년 자전거포를 운영해온 순창읍 순화리 터줏대감, 삼천리자전거 서창옥(73ㆍ순창읍 순화) 씨를 만났다.

열여덟, ‘순창극장’ 앞에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전에 순창극장 앞에 자전거포가 하나 있었어. 거기에서 일 하면서 자전거 고치는 기술을 배웠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김 동자 식자 어르신이라고 동창 아버지셨어. 한 1년 동안 그분한테 자전거 고치는 기술을 배우면서 일을 도왔는데 그 때 순창극장에서 개봉작으로 김승호 주연의 ‘햇빛 쏟아지는 벌판’이 상영 중이었어. 그때부터 자전거를 만진 게 벌써 50년이 다 되었지. 우리 형님이 여기에 자전거포를 차리고 내가 기술이 있으니 운영을 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이 일이 직업이 될 줄 그 땐 몰랐지.”
50년이 지났지만 또렷하게 그때를 기억하는 서 씨. 1960년대 순창극장에서 상영하던 영화의 제목이 무엇인지, 주연배우가 누구였는지 술술 꿰는 그는 아내 박정희(71) 씨와 만나 결혼하기 전, 총각시절부터 ‘두 바퀴 사랑’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때 나이 열여덟. 어린 나이에 자전거 수리 일을 배워 50년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 씨의 ‘순화리 삼천리자전거포’는 누군가에게는 첫 자전거를 선물 받은 추억의 장소로, 누군가에게는 철퍼덕 철퍼덕 펑크 난 바퀴를 수없이 때워준 익숙한 장소로 기억된다.

세월을 간직한 ‘자전거포’
처음 이곳에서 문을 열 때의 상호는 ‘신일자전거점’이었다. 지금과는 달리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던 시절, 삼천리자전거로 이름을 바꾸고 30여 년 전에는 지금의 모습으로 외관을 고치기도 했다. 서창옥 씨는 “지금은 다 자가용 타고 다니고 학생들도 버스로 통학하지만 그때는 다들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 자동차가 없었으니 복흥, 쌍치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나오고 그랬지. 지금처럼 자전거도 좋지 않고 도로도 좋지 않아서 고장도 잦았어. 읍내에만 열 세군데 자전거포가 있었고 각 면마다 2~3개씩 자전거포가 있었어. 그 사람들하고도 잘 알았지”라고 회상했다.
요즘도 삼천리자전거에서 주최하는 서비스업 교육, 자전거 구조 교육, 신제품 설명 등을 들으러 세미나에 참석하는데 그 때마다 어르신 대접을 받는다는 서 씨는 “세미나에 가보면 내 나이 또래도 있기는 하지만 거의 어린 사람들이라서 다들 ‘아이고, 어르신 오셨냐’고 해, 작년에는 30년 이상 된 대리점 사장들 제주도 여행도 보내줘서 갔다 왔어”라고 설명했다.

▲손님에게 자전거 자물쇠 사용법을 알려주는 서창옥 씨.
공해 없고 전신ㆍ근력 운동
가게는 50년이 되었고, 건물도 개축한 지 30년이 되서 낡고 허름하지만 서창옥 씨의 자전거포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어린이들이 타는 접이식 자전거부터, 중ㆍ고생이 많이 찾는 형형색색의 하이브리드 자전거, 숙녀용 자전거, 산악용 엠티비 등 수십가지의 자전거가 진열돼 있다.
서 씨는 “10만원부터 2000만원까지 자전거 가격도 천차만별이지. 철부터 알루미늄, 카본, 나노카본, 지금은 그것보다 더 가벼운 것 까지 나오니 어떤 것은 1억이 나가기도 해”라며 “우리 가게에는 2000만원 짜리는 안 갖다 놨지만 저기 걸린 바퀴 두꺼운 것, 저게 100만원 짜리고 그 옆에 그것도 그쯤 가”라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를 타면 첫째로 폐활량이 좋아지고 몸에서 안 움직이는 곳이 없으니 전신 운동이 돼. 둘째로 아주머니들 장단지가 얇아져 예뻐지고 셋째로 노인들도 무릎 관절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걷기보다 자전거가 훨씬 무리가 덜 가. 마지막으로는 공해가 전혀 없잖아. 얼마나 좋아”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신운동으로 ‘자전거타기’를 적극 추천했다.
50년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문득 기억에 남는 손님을 여쭈니 “한쪽 팔을 못 쓰시는데 자전거를 잘 타시는 분이 있었어. 고무신 장시를 하시던 풍산면 월명 분이었는데 어느 날은 아주머니를 뒤에 태우고 가다가 넘어져서 아주머니가 다친 거야. 당시 자전거포 옆에 전주병원이라고 유명한 병원이 있어서 거기로 갔는데 아주머니라 내가 어떻게 도울 수가 있나. 집사람이 가서 돌봐주고 옷도 챙겨주고 그랬어”라며 지금은 찾기 힘든 ‘고무신 장수’와 ‘한지 장수’가 많았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었다.

‘두바퀴 사랑’은 영원히
섬진강자전거길이 생기고 나서부터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다는 자전거포. 가장 눈에 띤 건 타지에서 온 반가운 손님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서 씨는 “저번 날에는 부산대학교 여학생이 혼자서 왔더라고. 땅끝마을에 간다기에 혼자서 안 무섭냐고 했더니 뭐가 무섭냐고 하더라고. 옛날에는 봄, 가을에만 사람들이 자전거를 탔는데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계절의 영향 없이 자전거를 타. 자전거길이 생기고 나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걸 보면 자전거가 활성화되는 것 같긴 해”라고 말했다.
“힘 있는데 까지는 해야지. 몇 년이나 더 갈랑가 몰라도.” 서창옥 씨는 가지각색인 손님들 비위맞추기도 힘들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두바퀴 사랑”이란다. 자전거를 사랑하니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봄비 내리는 4월, 오늘도 그는 “자가용도 되고 화물차도 되는” 그의 낡은 ‘산타모’에 아홉 대의 자전거를 그득그득 싣고 배달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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