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뜻 깊은 순창 문화 유적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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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뜻 깊은 순창 문화 유적 투어
  • 권경희 독자
  • 승인 2015.04.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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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희(쌍치 오룡마을)

 

순창으로 귀농한지 벌써 3년. 그 동안 집 짓고 농사 시작 하고 농촌 생활에 몸이 익숙해지는데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린 듯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귀농 상담은 상당히 재미있고 보람이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가 꿈꾸는 농촌 생활은 꽤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첫번째가 자신에게 맞는 귀농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 동안 나는 귀농 상담을 하면서 농지로 적당하고 자신의 노후에 맞는 좋은 환경을 가진 순창만을 소개해 왔다. 역사적 의미를 가진 순창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어 상담을 하면서 조금씩 아쉬운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 그것을 채워줄 기회가 온 것이다. 이름하야 ‘순창향토문화 유적답사’. 순창의 여기저기를 역사적 해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기대가 되었다.
4월 17일 오전 9시까지 문화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살짝 긴장하며 기대하는 맘으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하고, 농사일이 시작되어 바쁠 텐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나와 주셨다.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문화원장님 인사말 도중 황숙주 군수님께서 깜짝 방문해 주셨다. 귀농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름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
문화유적지 답사는 역사에 대해 내가 너무 무지한 것이 아닌지 한 번씩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처음으로 본 석장승은 북방으로부터 오는 악귀를 막아내고 무병과 태평을 지키는 대상물로 세운 것이라고 하는데 여자, 남자라 따로 있었고 여자상은 연지 곤지를 찍어놓은 듯 어여쁘다. 여러 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인 ‘귀래정’으로 이동하였다.
귀래정은 문충공 신숙주의 아우인 신말주 선생이 세조가 조카 단종을 내몰고 왕위에 오르자 이에 분개하여 이곳 순창 남산대에 내려와 귀래정을 짓고 시문을 벗 삼아 지낸 곳. 귀래정에서 내려다보면 순창 읍내가 한눈에 보인다. 깨끗한 순창이란 말이 허언은 아닌듯하다.
귀래정을 나와 순창 향교를 지나 산동리 남근석을 보고 순창의 자랑 강천산으로 향해 갔다. 강천산은 1박2일을 통해 온 국민에게 알려진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하나. 등산로라기 보다는 완만한 산책로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정도로 편안한 길이지만 산세의 아름다움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듯하다. 강천산 입구에서 느린 걸음으로 한 20여분 정도 올라가 강천사 바로 앞 냇가를 건너니 삼인대가 나온다. 삼인대는 중종 반정 때 폐위된 폐비 신씨의 복위를 꾀하던 순창군수 충암 김정, 담양부사 박상, 무안현감 유옥 등 세 사람이 각기의 관인을 나뭇가지에 걸어 맹세하고 상소를 올리기로 결의한 곳이다.
봄기운이 살랑대는 4월, 여유롭게 봄을 즐기고 싶은데 갈 곳이 많아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꼬불꼬불 밤재를 넘어 쌍치면 피노리 녹두장군 전봉준 피체지에 도착했다. 생각한 것 보다 규모가 상당했다. 전봉준 장군이 관군에게 잡힌 장소가 우리 마을근처? 누군가가 고변을 했겠지? 라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정읍시 덕천면 출신의 김경천이란 사람의 밀고로 체포되었다는 글이 크게 각인돼 있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여기서도 반복되는 듯해 마음이 편치 않다. 배반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할까.
피체지를 나와 훈몽재로 갔다. 훈몽재는 외지 손님이 오면 자녀 교육상 꼭 모시고 방문한다. 집 근처라 가끔 훈장님을 뵙는데 한학의 기운이 주르륵 흐른다. 하서 김인후 선생이 지은 강학당이다. 김인후 선생님은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며 호남 출신으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분이시며 훈몽제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학당이기도하다.
어느덧 답사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복흥 산림박물관을 거쳐 도착한 낙덕정은 김인후 선생의 후손인 김상기, 김노수가 지은 팔모 단층의 팔모지붕에 건물 내부에 1칸의 방이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정자다. 낙덕정을 나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정신을 기리고자 선생의 생가가 있는 복흥면에 지은 가인연수원이다. 이곳에는 선생을 기념하는 유품과 판결문, 영상물, 사법 역사를 담은 각종 자료들이 전시 되어 있다. 빼어난 전경도 좋거니와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해 찾으면 좋을 듯 싶다.
더 보고 싶은 곳도 있고 더 많이 보고 배우고 싶은데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서산 너머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 이처럼 좋은 시간을 마련해 주신 문화원 관계자님, 좋은 설명해주신 박재순 해설사님, 깜짝 방문 해주신 군수님, 음료수를 제공해주신 농업기술센터 소장님, 동행한 이호준 계장님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 잠시 배운 것이지만 앞으로 귀농상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도 더 많이 학습하고 더 많이 배우라고 다짐하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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