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소찬/ 하는 일도 없이 밥만 축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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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소찬/ 하는 일도 없이 밥만 축내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5.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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尸 주검 시 位 자리 위 素 흴 소 餐 먹을 찬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4

반고(班固)가 지은《한서ㆍ주운전(漢書ㆍ朱雲傳)》나온다. 하망이익민, 개시위소찬(下亡以益民, 皆尸位素餐) : 백성을 돌보지 않고 모두 그저 자리만 차고 앉아 한가로이 밥만 축내고 있습니다.
한(漢, BC206-AD25)나라 원제(元帝)때 주운(朱雲)은 매우 정직하고 용감하였으며 서슴지 않고 직간을 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오래 전부터 상소로 간언을 자주 올려 권세귀족들로부터 질시를 받아 하마터면 감옥에서 죽을 뻔하다 하였다.
이후 성제(成帝)시절 황제의 스승인 승상 장우(張禹)가 이렇다하게 내세울 만한 일을 한 것이 없는데도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주운이 ‘매우 사리에 맞지 않다’며 황제를 직접 면대하여 상소를 올렸다. 고관대작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주운이 의기에 찬 가운데 감정이 격앙되어 소리쳤다.
“조정대신의 신분으로 군주의 시정을 바로 잡지 못하고 백성의 생활을 돌보지 못한다면 이 모두가 ‘시위소찬(尸位素餐)’ 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의 이익과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짓거리라도 할 위인들이므로 누구든지 목을 당장 쳐서 다른 사람들도 경계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네가 지적한 자가 누구냐?”
“승상 장우입니다.”
“뭐라고? 감히 짐의 스승을 능멸해? 당장 목을 베어 버려라.”
어사가 주운을 끌어내려고 하자 주운이 난간을 꽉 붙잡았다. 난간이 떨어져 나가 끌려가면서도 오히려 여전히 큰소리로 외쳤다.
“신이 옛적 충신들이 직언하다 죽은 것처럼 죽게 된다면 당장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렇다고 폐하께서 직간하는 신하를 죽이게 되는 죄를 뒤집어쓰시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좌장군 신경기(辛慶忌)가 관모와 관인을 내놓고 간청하였다.
“주운이 직언으로 황제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잘못된 일인 줄 압니다만, 말을 잘못하였다 하더라도 용서해주어야 할 때가 있는데, 만약 그가 말한 것이 하나라도 옳은 것이 있다면 더욱이 죽여서는 아니 됩니다. 신이 제 목숨을 걸고자 하오니 제발 주운을 살려 주십시오.”
황제는 인품이 훌륭한 신경기가 이마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간청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크게 감동하고 그의 뜻을 받아들여 바로 주운의 죽을죄를 면해 주었다.
훗날 궁궐을 관리하는 신하가 주운이 잡아당겨 떨어져 나간 난간을 수리하려고 했을 때, 황제가 보고 오히려 수리하지 말고 그대로 남겨두어 모든 사람이 보도록 하여 직간하는 신하를 격려하였다.
이 성어를 최근에는 스스로를 낮춰 ‘뭐 해놓은 일이 없다’는 것으로 겸손의 의미로 바꿔 쓰기도 한다. 이와 반대되는 성어로《양계초(梁啓超)》에 효복종공(枵腹從公)이 있다. ‘배를 곯아가며 공무에 진력하다’는 의미로 공익을 위해 자신의 노고를 불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비유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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