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ㆍ유일 … 읍내 한 마을 통째로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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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ㆍ유일 … 읍내 한 마을 통째로 ‘격리’
  • 남융희 기자
  • 승인 2015.06.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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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다녀온 70대 할머니 메르스 확진 판정, 본 마을 주민 100여명은 18일까지 격리 통제

▲지난 6일 오후 7시 경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거주한 마을 입구 통제 초소에서 황 군수가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군의 대응책을 밝히고 있다.

“군에서 일어난 일 군수가 책임진다” 호언에
“소독도 허는 둥 마는 둥” 주민 원성은 높아
주민 항의로 마을 입구 거주 주민 통제 해제

전북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읍내 한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다.
평택 성모병원에서 메르스 첫 감염자와 같은 병동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강아무개(72ㆍ순창읍) 씨는 지난달 14~21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방광염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달 22일 퇴원하고 보호자인 아들의 평택 집에서 순창으로 내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지난 3일 오후, 시작된 미열 증상이 이튿날 고열(39도)로 상태가 악화되면서 읍내 최선영내과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후 도내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후송되고, 지난 6일 전북질병관리본부로부터 최종 메르스 양성 확정 환자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4일 24시부터 마을 입구 4곳의 출입통제 초소를 세우고 군은 5일 오전 출입통제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발생 이후 마을 전체의 출입을 막은 것은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국내 유일한 조치이다. 이번 조치로 이 마을 주민 105명(6월 4일 군 집계 현황)은 메르스 최대 잠복기인 2주간 각자의 집에 자가 격리된 채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런 마을 폐쇄조치로 불편해진 마을 주민들은 초소 근무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당국의 조치와 농번기 대책 등을 밝힐 것과 군정 책임자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황숙주 군수는 지난 6일, 오후 7시경 마을 입구와 마을 사이에 설치된 출입통제초소에서 마을 주민들을 만나 상황 설명을 하고 주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복분자를 재배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벌써부터 주문취소가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노점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민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오는 19일 서울에서 부동산 거래가 있다”는 주민은 “이날 못 갈 경우 3000여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만약 환자가 추가 발생하여 통제가 지속될 경우 대리인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방역 소독과 통제 기간 등 각종 상황과 행정 대책 등을 마을 방송으로 해주고 집집마다 소독을 해줬으면 한다”며 “환자 집, 문이 열려 있는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행정에서 조치해주기 바란다. 환자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건의했다.
한 주민은 “이것이 옛날 말로 치면 역병인디 소독 한 번 안 해준다. 의료원에서 나와 열 검사만 하기에 열 검사만 하지 말고 소독이나 한 번 해달라고 난리를 쳤더니 그 때서야 소독 한번 헌 것이다”며 “일 터지면 바로 그 이튿날부터 혀야지 군에서 뭣 혀”라며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소독문제가 나왔는데 오늘 아침엔가 차로 싣고 와가지고 큰 길로만 삥 돌다가 그것도 고장나가지고 가버렸다”며 “소독을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야 그렇더라도 노인들이 사는 곳이라도 집집마다 정확하게 잘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순서가 잘못 됐다. 동네 사람들은 격리 시켜놓고 그 집은 개방 돼 있다. 그 집은 그대로 문 열어 놓고 동네 사람만 격리시키면 뭐가 됩니까”라고 항의하며 “우리 마을을 무시한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된다. 일차적으로 그 집을 먼저 조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후에 출입을 막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 군수는 “물론 선생님 말씀도 맞는데 그러면 선생님이 좀 나서가지고 그런 것도 좀 허고 좀 챙기면 되지 않아요. 그런 것은 왜 안합니까. 같은 마을에 사시면서 그런 것 까지 전부 어떻게 행정에서 다 챙길 수 있습니까.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사촌 좋다는 게 뭐요. 헌신하고 도와준 사람은 없고, 전부 행정만 잘못했다고 하면 행정이 모든 것을 다해줄 수는 없어요”라며 항의하는 주민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외지에서는 순창 사람 만나지 말고 순창에서 우리 마을 사람 만나지 말라고 그런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은 ‘아빠 나 때문에 애들이 학교를 못 간데’라며 울먹인다. 화가 많이 나는데, 초소를 안 보이는 쪽으로 옮겨 달라”고 항의했다.
주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마을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고 있고, 마을 주민들이 마치 공공의 적처럼 간주되고 있는데, 초소를 훤히 보이는 곳에 설치하고 죄 진 것처럼 마을에 더 큰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입구 통제)초소와 본 마을 사이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피해가 말이 아니다”고 항의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장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 주민은 직설적으로 “말만 이장이지 이장이 한 일이 뭐요. 뭔 말을 하려해도 이장이 벼야(보여야) 말을 허지 그렇게 성의가 없을 라면 그만둬야지”라고 강한 불만을 보이며 “마을 아래 쪽 사람들은 통보를 전혀 받지 못하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정보를 듣고 있다. 마이크를 설치해서라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마을 이장은 “이장도 여기저기를 갔다 왔다 할 상황이 아니다. 전화가 있지 않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황 군수는 이 자리에서 “제일고 앞 초소 설치로 마을이 전염병 창궐지역으로 여겨져 주민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하니 입구 초소를 철거하고, 생필품 구입은 발열체크 공무원이 대행해주도록 하며, 긴급 구호로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또 관계 공무원에게 “오디 수확을 위한 일손 돕기를 월요일 실시하고, 지병 환자는 반드시 보건의료원의 지시를 받아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통제기간은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오는 18일까지 할 계획이다. 농사일을 위해서 통제권 밖으로 나갈 때 공무원 통제 하에 작업하도록 하겠다. 절대 외부인과 접촉하지 말아 달라. 제1초소에서 제일고 입구까지는 통제를 해제하되, 역학조사를 통해 해당자는 자가격리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용근로자, 택시기사 등 일을 하지 못해 피해가 있는데, 도 지시에 의하여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을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군수가 책임진다. 마을 주민이 원하는 것은 읍장을 통해 전달해 주시길 바라며, 마을과 행정의 고리는 읍장이 담당토록 하여 창구를 일원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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