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래지/ 왜 이리 어슬렁거리며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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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래지/ 왜 이리 어슬렁거리며 나오나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7.0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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姍 비트적거릴 선, 來 올 래, 遲 늦 지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8

젊은 시절, 시간을 잘 지키기로 유명하였지만 이제는 늦게 나타나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이미 준비가 다 되었지만 아내는 뭔지 모르지만 화장대와 옷장 앞에서 계속 꾸물거리고 있다. 미리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속이 터져 좀 서두르면 ‘일찍 간다고 누가 알아주나. 제시간에 가기만 하면 되지 뭘’하며 무사태평이다. 겨우 5분 차이이지만 먼저 온 친구를 보면 미안하기만 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부터는 좀 일찍 나서자고 말하다간 부부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싼싼라이츠! 자기가 뭐 이씨 부인이나 되는 줄 아나 봐?“
그래도 마이동풍일 뿐이다. 여자들은 구조상 다 그런가? 연구대상이다.   
반고(班固)가 쓴「한서ㆍ외척전(漢書ㆍ外戚傳)」에 나온다. 입이망지, 편하선선기래지(立而望之, 偏何姍姍其來遲)! : 네가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찌 그리 한가로이 느릿느릿 오느냐!
서한(西漢, BC206-25)시대 무제(武帝)의 비빈(妃嬪)중에 이씨 부인이 있었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에 능하여 무제로부터 깊은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몸이 매우 허약하여 궁에 들어 온지 오래지 않아 중병이 들어 얼마 후 죽고 말았다.
이씨 부인이 죽자 무제는 매우 슬퍼하여 늘 그녀를 잊지 못하고 생전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 이때 한 도사가 자청하여 무제에게 부인의 혼백을 불러 오겠다고 말하므로 무제가 매우 기뻐 급히 사람을 보내 궁으로 블러 들였다. 
어느 날, 칠흑같이 깊은 밤이 되자 도사는 등촉을 밝히고 향불을 피워 술과 고기를 진설하고 휘장을 쳤다. 그런 후 무제를 청하여 휘장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무제에게 만약 휘장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면 도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절대로 가까이 오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였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나자, 도사는 드디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조금 지난 후 무제가 휘장 안에 희미하게 한 미녀가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자태가 이씨 부인과 매우 흡사하였다. 그러나 거리가 다소 멀어 희미하므로 이씨 부인인지 아닌지 분명치가 않았다. 무제는 가까이 가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도사로부터 가까이 가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받았기 때문에 더는 나가지 못하고 휘장 안에 어렴풋이 보이는 미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무제는 무척 괴로워하며 이씨 부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더 아파 그 심정을 입에 나오는 대로 시 한 수를 읊었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설마 살아 있는 당신은 아니겠지? 분명히 당신이 그쪽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리 한가롭게 느릿느릿 오면서 내 가까이에 오려하지 않는가?”
선선(姍姍)은 걸음걸이가 느릿느릿하고 한가로운 모양을 말한다. 옛날 여성의 우아하고 한가한 걸음걸이를 형용한 말로 어물어물 늦게 오거나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모양을 뜻하였다. 훗날 사람들은 이러한 모양을 약속 시간에 늦게 오는 것, 학교에서 지각하는 것, 행동이 느리고 굼뜬 것 등에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태연자약하거나 행동이 느리고 침착한 것을 의미하는 만조사리(慢條斯理)가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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