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노블레스의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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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노블레스의 위태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7.0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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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정기관을 들락날락 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부쩍 늘었다. 이미 겨울철부터 들리는 얘기였는데 조금씩 그 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찰서 갔다가 검찰로 가고, 급기야 구속까지 되는 사람도 생겼다.
상류사회가 위태롭다. 대상을 말하자면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올봄, 산림조합장은 위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군수의 부인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아직도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축협 조합장과 임ㆍ직원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 순창농협 조합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도의원은 무죄를 선고받고 결백이 입증됐지만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선출직 인사들이 흔히 당선 후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공직기강 확립’이다. 조직을 투명하고 청렴하게 운영하겠다는 다짐이 임기 초반에 많이 들리고 중간에는 몇 건의 실적을 거론하며 실천하고 있다는 내용이 뒤에 따른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 정작 지면에 싣자니 걸리는 점들이 꽤 많다. 대표자의 청렴이 곧 조직의 청렴을 의미하듯 세간의 의혹이 명확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그 조직이 투명한 조직이라고 잘라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본인부터 잘하라’는 식의 지적을 볼멘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당사자들이 찔리는 점이 많을 거라 예상해본다. 지역 농협의 한 간부 말에 의하면 “조합장 임기 중 조직에 가장 공헌했던 게 공직기강 확립이었다”고 한다. 이 조합장, 지금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있다.
감추는 사람이 있고 들추는 사람이 있다. 이 과정들을 중계하는 사람도 있고 관전하는 사람은 누가 이길지에 관심이 많다. 이유를 말해야겠다. 선거에서 누구에게 붙어야 자신에게 금전적 이익이 올지 저울질 하는 것이다. 한 때 들추어 공개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감추는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많은 주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지만 혹여나 피해를 입을까봐 쉬쉬한다. 이것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증명돼왔다. 자신 혹은 우리가 만들어온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검은 얼룩으로 덮이는 것에 대해 염려하면서도, 내 손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 선거 외에는 방법이 딱히 없으니 관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선거를 통한 변화는 점점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사람들이 사정기관에 출입하는 것이 죄의 유무를 떠나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사이에 지역에 대한 자부심, 자존심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는데 있다. 순창의 자부심은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피땀 흘려가며 노력한 결과물이다. 고추장, 블루베리, 한우 모두 만들고 키우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상류사회가 위태롭다는 것은 이런 사람들의 정신과 노력을 헤아릴 줄 모르고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한없는 가벼움 때문이다. 그 가벼움의 결과는 지도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로 귀결된다. 현재 순창의 모습은 가히 한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모래성 노블레스는 지금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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